`시인이 연인에게, 일용할 양식, 영원한 주사위, 연작시 트릴세, 희망에 대해 말씀 드리지요, 나는 웃고 있습니다, 배고픈 사람의 수레바퀴` 등의 시들을 엮고 시세계와 연보를 해설했다.
중남미 현대시의 흐름을 바꾼 거장 바예호의 시선집,인디오들의 소박한 영혼을 노래하는 그의 시에서 우리는 인간에 대한 깊은 신뢰와 소외 계층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읽을수 있다.
1892년 페루 와마추코 성(省) 산티아고 데 추코에서 태어났다. 트루히요대학교 문과대와 산 마르코스 대학교 이과대에 입학, 경제적 어려움으로 학업을 중도 포기하는 일이 잦았으나 1915년 트루히요 대학교에서 「스페인 시의 낭만주의」라는 논문으로 학사 학위를 받았다. 이때부터 트루히요 지식인·시인들과 교류하며 신문과 잡지에 시를 기고하기 시작하였다. 주요 작품으로는 시집 「검은 전령」 「트릴세」 「인간의 시」 「스페인이여! 내게서 이 잔을 거두어다오」등과 소설 「야만적 우화」 「삶과 죽음의 저편」 「파코 융케」 「텅스텐」, 희곡 「콜라초형제」 「지친 돌」등이 있다. 1920년의 정치적 긴장상태에서 방화범으로 오인되어 체포되었다가 풀려났으나 그 일로 다시 쫓겨다녔으며, 마르크시즘에 심취하였고 평생을 경제적 고통과 병마로 시달리다가 1938년 프랑스 파리에서 건강이 악화되어 사망했다.
바예호를 소개하면서
추천의 말
'검은 전령'에 포함되지 않은 시들
검은전령
트릴세
'트릴세'에 포함되지 않은 시
인간의 노래
스페인이여! 나에게서 이 잔을 멀리해다오
세사르 바예호의 시세계
세사르 바예호 연보

내가 당신,이라고 부르는 사람에 대해 나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마찬가지로, '시'를 읽는다고 하지만 시가 무엇인지 명확한 결론을 내릴수 있는 이 역시 얼마나 될까. 이 책은 저자가 사랑하는 시들을 엮은 것이다. 그녀에게 시는 세상 모든 것이다. 팝송이나 재즈의 노래말, 영화속에서 만나는 대사 모두가 그녀에게는 시의 범주에 들어간다. "모든 이의 가슴엔 시인이 있"기에 그들이 만들어내는 모든 언어가 시가 되는 것이다.
1부는 사랑의 감정을 노래한 시와 노래말들이 담겨있다. 김소월의 시를 시작으로 구전민요인 <아리랑> 중국 고전 『금병매』의 절창 등이 담겨 있다. 2부는 알려지지 않은 좋은 시와 노래말이 담겨 있다. 밥 딜런의 <바람만이 아는 대답> 짐 모리슨의 <사람들은 이상하다> 등이 담겨 실려 있는데, 그동안 가져왔던 시에 대한 편견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한 노래말들이다. - 일용할 양식 ― 알레한드로 감보아에게 바침세사르 바예호 아침은 마시는 것. 묘지의 젖은 흙은 사랑하는 이의 피... 일상어를 시어로 흡수, 승화시킨 중남미 시 개혁의 기수 세사르 바예호, 45세로 요절하기까지 그의 삶은 가난과 비극과 계속된 투쟁의...
대제국 '잉까의 땅' 페루는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인 나스까 대평원 지상 그림·고대의 유물들을 수없이 감추고 있는 흙벽돌 무덤·세계적인 관광지 꾸스꼬·‘잃어버린 공중 도시’ 마추삑추 등 단연 돋보이는 유적지와 더불어 남미의 등뼈를 이루는 장엄한 안데스 산맥, 판암 고속도로를 따라 길게 펼쳐진 해안 사막 그리고 아마존 유역의 정글 등 다양한 자연 환경으로 ‘남미의 백미’라 알려진 곳이다.
실제로 페루는 이 책의 부제처럼, 안데스라는 높직한 콧날 양쪽으로 왼쪽엔 황색의 눈을, 오른쪽엔 녹색의 눈을 가진 기이한 나라이다. 폭스 테리어 개의 머리 형상인 페루 지도를 보더라도 안데스 산맥을 기준으로, 왼쪽 태평양 연안은 온통 사막지대로 황색 투성이며, 오른쪽은 아마존 밀림지대가 광범위하게 녹색으로 칠해져 있다. 이렇게 사막과 고산, 밀림이라는 극적인 자연에 따라 사람들이 사는 모습 또한 극적이다. 사막지대 사람들, 안데스 고산 지대 사람들, 그리고 아마존 셀바 지역의 사람들은 각각 그들만의 풍습으로 토양과 기후에 따라 따로따로 의식주 생활을 한다.
이 책은 6년여 동안 중남미를 여행한 김안나 씨가 멕시코 여행기에 이어 두 번째로 세상에 내놓은 페루 여행기이다. 페루 곳곳을 여행하면서 자연과 사람, 문화와 역사를 상세하게 기록하고 직접 찍은 사진을 담았다. 그렇다고 해서 한때의 관광에서 포착한 멋들어진 광경을 소개하는 ‘가이드북’은 절대 아니다. 홀홀단신 여자의 몸으로 배낭 하나만 둘러멘 채로 목숨을 걸고 아마존 밀림을 누비며 느낀 자연과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안데스 오지마을을 찾아 문명에 지배되지 않은 사람들의 당당한 모습을 찾아 섬세한 여성적 시각으로 전해주고 있다.
1. 페루이야기, 2. 안데스 이야기, 3. 사막 이야기, 4. 아마존 이야기 총 4부로 구성되어 페루에 대한 모든 것을 한 권에 담았으며, 풍경처럼 펼쳐져 있는 때묻지 않은 자연인들의 숨결을 통해 정신과 영혼을 해방시키는 신비스러운 느낌과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는 문화기행기이다. - 그때 지붕에 들새 한 마리 찾아와 울겠지. 산띠아고 데 추꼬라는 안데스 산지에서 태어난 페루의 위대한 시인 세사르 바예호(Csar Vallejo: ****-****)가 안데스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노래한 시구이다.
이 책은 당대의 사람들에게는 '광인' 혹은 '천재'라 불리며 시대와 불화한 예술가들에 대한 기록이다. 그들은 보편적 시대정신에 반하여 산사람들이며, 니체의 '광기에 반대되는 것은 건강이 아니라 길들여진 두뇌다' 라는 말에 비추어 보면 시대에 길들여지지 않은 사람들이다. 여기에 기록된 예술가들은 영화 감독이자 시인이며 소설가였던 피에르 파졸리니,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 3번의 자살 시도 끝에 31세로 생을 마감한 시인 실비아 플라스, 20세기 음악게의 이단적 존재 작곡가 에릭 사티, 사진의 아버지 스티글리츠, 세계를 돌아다니며 시를 쓴 프랑스 시인 상드라르, 스페인의 영광과 상처가 된 시인 페데리코 로르카, 난쟁이와 거인등 '비정상적' 인물들을 피사체에 담았던 다이안 아버스, 무용의 신 니진스키 등 모두 17명이다.
이 책은 1998년 박가서장에서 출간되었다가 출판사의 운명과 함께 절판되었던 책이다. 이 책을 그린비에서 재출간하는 이유는 17명의 예?들의 삶이 지금에도 여전히 큰 울림을 갖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자가 이들의 삶의 궤적을 기록하되 단순한 연대기적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감성적인 문장으로 그들의 고뇌를 드러내 보이는 방식을 택하여, 자신의 시대와 불화하며 현재에 미래를 살았던 예술가들의 삶이 마치 지금 여기의 삶인 듯 느끼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흔히 볼 수 없는 280여 장에 이르는 사진 자료도 빼놓을 수 없는 재출간의 이유다. 국내에서 흔히 보기 힘든 이 사진들만으로도 17인의 예술가들의 삶과 사상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스페인 내란'이라고 불리는 이 전쟁, 헤밍웨이, 조지 오웰, 영국의 시인인 오든과 스티븐 스펜서, 페루의 시인 세사르 바예호 등이 공화군 편에 가담한 이 전쟁, 그래서 '시인들의 전쟁'이라는 다소 화사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 이 전쟁,
《세계일보》문화부에서 근무하며 소설 집필을 함께 해 오고 있는 작가 조용호의 '중남미·아프리카 문학 기행' 『키스는 키스 한숨은 한숨』이 출간되었다. 그동안 세계문학 기행이 여러 번 선보였지만, 주로 유명 작가들을 위시한 서구 문학 중심이었다. 이번 책은 세계 문학의 중심에 진입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심영역의 주변에 머물고 있었던 중남미와 아프리카 문학의 현장을 최초로 돌아보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 저자 조용호는 2001년과 2002년에 걸쳐 중남미 5개국 8개 지역, 아프리카 3개국 10개 지역을 직접 발로 뛰면서 제 3세계의 문학 현장을 담아냈다. 저자가 직접 찍어온 125컷의 사진은 중남미·아프리카의 오늘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중남미, 아프리카 지역은 낭만으로 윤색되어 있거나 머나먼 미지의 땅 정도로 인식되어 왔으며 그들의 문학 역시 '환상적 사실주의'나 '마술적 사실주의' 등 단편적인 문학사조 차원에서 얕게 이해되어 왔다. 저자는 중남미 지역에서의 우익 군부 독재의 통치, 식민지 경험으로 인한 아프리카의 흑백 갈등과 빈부 격차 등 정치·사회적 혼란이 어떻게 문학을 통해 반영되고 있는지에 주목하는 한편, 오늘날 민중들의 삶을 직접 취재함으로써 제3세계에 대한 이해를 보다 입체적으로 가능케 하고 있다. 또한 이들의 역사적 정황이 한반도의 가까운 근현대사와 놀랍도록 유사하다는 점에서 비교적인 관점을 취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문학 현실을 되돌아보는 계기 또한 마련하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인 『키스는 키스 한숨은 한숨』은 영화 <카사블랑카>의 주제곡인 <세월이 가도 As Time goes by>에서 인용한 것이다.
"기억해둬요. 키스는 키스, 한숨은 한숨! 세월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두 흔적. 상처받은 두 사람. 아직도 미련 있어. 키스는 키스, 한숨은 한숨……."
세월의 부침 속에서 두 남녀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과 상처를 표현한 노래이지만, 이 가사를 중남미·아프리카의 현실에 대입해 은유적으로 해석하더라도 무리가 없다. 역사의 격변에 시달린 민중들의 상처는 아물지 못한 채 남아 있으며, 대립과 반목의 세월은 멈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세월이 가도' 문학은 소외된 현장의 구석구석을 기록하고 증언하고 있으며 역사와 문학이 어떤 식으로 맞물리고 있는지를 재조명하는 작업 또한 방기해서는 안될 중요한 작업임에 틀림없다. - 시에서는 세사르 바예호 Cesar Vallejo를 위시한 개혁적 시인들이 활약하며, 산문에서는 보르헤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다스리지 못한 화는 재앙이 되지만, 분노는 본래 유익한 것이다.
이 책은 인간의 화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으며 어떤 얼굴로 우리에게 나타나는지 그 연원을 밝히면서 시작한다. 저자는 아담과 이브에서부터 신화와 성경, 소설 속 인물들까지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통해서 화의 얼굴을 보여준다.
저자는 화를 버리지 않고 다스릴 수 있으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도 화를 표출할 수 있다고 한다. 화는 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독자들은 책 속에서 세상을 사랑하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화를 만나게 될 것이다. 사랑하지 않으면 화도 나지 않는 법이다. 이 책은 화는 우리가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이므로 잘 다스려서 필요악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다스리지 못한 ‘화’는 재앙과도 같다
최근 가장 충격적인 뉴스는 ‘군부대 총기난사 사건’일 것이다. 아깝고도 아까운 청춘 여덟 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믿어지지 않는 사건은 한 군인의 ‘화’에서 비롯되었다. 자신의 동료들을 향해 수류탄을 던지고 총을 쏘아댄 김 일병은 왜 그랬냐는 질문에 “그냥 너무 미워서”라고 대답했다. 그냥, 너무, 미워서, 죽였단다. 다스리지 못한 인간의 화가 불러온 재앙은 이처럼 참혹했다. 그것은 인간이 손쓸 수 없는 천재지변과 다르지 않았다.
총기난사 사건 같은 일어나선 안 되는 극단적인 경우는 차치하더라도, 화는 늘 우리 가까이에 있다. 사실 우리는 하루 24시간, 일 년 열두 달을 ‘화’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로 살아간다. 화는 우리 삶의 일부이며, 때론 전부가 되었다가, 운 좋은 어느 날은 저 멀리로 달아나 있기도 하는 존재이다.
인간인 이상 화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인간의 감정인 이상 화 역시 꼭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저자의 말처럼 화를 내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 어떤 식으로 화를 내야 할 것인지, 어떤 때는 화를 내고 어떤 때는 내지 말아야 할 것인지 판단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때문에 다스리지 못한 화는 재앙이 되지만, 다른 모든 창조물과 마찬가지로 분노는 본래 유익한 것이었다.
화의 여러 가지 얼굴들
그렇다면 화를 잘 다스려서 ‘유익한 분노’로 만들어야 한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듯, 화를 알고 나를 알면 그 놈을 잘 다스려 삶의 에너지로 만들 수 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열두 번씩 “화나 죽겠어”를 외치면서도 정작 ‘화’가 무언지는 모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간의 화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으며 어떤 얼굴로 우리에게 나타나는지 그 연원을 밝히는 것에서 시작하고 있다. 태초의 인간 아담과 이브에서부터 신화와 성경, 소설 속 등장인물들까지 저자는 다양한 인간군의 모습을 통해 화의 얼굴을 규명하고 있다. 물론 ‘화를 잘 내는 것이 집안내력’인 저자의 모습이 가장 유용한 재료로 쓰였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이 책은 총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도대체 화가 뭐길래?’에서는 화가 ‘두려움, 특권, 슬픔, 자비’라는 얼굴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2장 ‘화는 사소함에서 비롯된다?’에서는 화의 기원을 밝히고 있다. 인간의 모든 감정이 그러하듯 화 역시 가정에서부터 비롯되며 가장 사소한 것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통해 맨 처음 드러난다. 3장 ‘화가 선물이라고?’까지 읽으면 화에 대해 갖고 있던 오해가 점차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무조건 나쁜 줄로만 알았던 화가 세상을 이기는 방법이 되어주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4장 ‘세상 속에서 화는 필요하다?’를 통해 우리는 세상을 사랑하는 하나의 방법으로서의 화를 만나게 된다. 사랑하지 않으면 화도 나지 않는 법이다. 따라서 화는 우리가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필요악’으로서의 화, ‘유익한 분노’로서의 화를 접하고 나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짐을 느끼게 될 것이다.
화를 다스릴 수 있는 날은 분명 올 것이다!
이 책은 화를 파괴하지 않고도 다스릴 수 있으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도 화를 표출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얼마나 근사한 말인가! 화를 다스리면서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다니! 그러니까 화의 얼굴이 못생겼다 해도 성형수술을 받지 말고 거리를 활보하라 이 얘기이다. 중요한 건 마음껏 거리를 활보하는 것이다. 단, 지나가는 사람과 어깨를 부딪치지 말고.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자기 얼굴에 자신감을 갖고 밝은 표정을 지으려 노력하는 것이다.
얼굴이 못생겼다 해서 고치거나 숨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화 역시 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인간의 모든 감정이 그러하듯 화 역시 억제하고자 하는 노력은 무의미하다. 우리는 정직한 분노를 허락받은 존재이고, 다른 모든 창조물과 마찬가지로 화는 본래 유익한 것이지 않은가.
유익하기에 버려서는 안 된다. 잘 구슬리고 다스려 ‘필요악’으로 만들어야 한다. ‘유익한 분노’로 만들어야 한다. 다스리지 못한 인간의 화는 천재지변이 되지만, 잘 다스린 인간의 화는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 세사르 바예호(Cesar Vallejo)가 쓴 제목 없는 시의 첫 줄 '어른을 아이로 전락시키는 화'에 한 구절만 덧붙이면 다음과 같다.
<일 포스티노>의 아름다운 시인, 민중에게 가장 사랑받은 노벨상 수상자
빠블로 네루다가 세상을 떠난 지 30년이 넘었지만, 그의 시는 여전히 전 세계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하나의 절망의 노래??는 1960년대에 이미 백만 부 이상 발행되었고, 지금도 가장 많이 읽힌 스페인어 시집이다. 네루다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누린 노벨상 수상자는 흔치 않다. 그는 시인일 뿐만 아니라 민중 앞에서 낭송하고 연설하기를 즐긴 활동가였으며, 굳은 정치적 신념을 가지고 부패한 정권을 비판하여 오랜 세월 지하생활과 망명의 수모를 겪기도 하였다.
네루다는 2004년 탄생 백주년을 맞아 그의 조국 칠레에서 국가 통합의 상징으로 자리매김 되었고, 전 세계적으로 대대적인 기념행사가 벌어지는 등 다시 한번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기획된 이 평전은 국내 독자들에게 처음으로 구체적이고 생생한 네루다의 초상을 제공한다. 많은 미공개 자료를 담고 있는 이 전기에는 작가가 저널리스트 특유의 직업정신으로 발품을 팔아가며 축적한 시인의 친구들과 지인, 전문학자들의 숱한 목소리가 들어있다. 네루다의 절친한 벗이자 정치적 동지인 볼로디아 떼이뗄보임이 쓴 네루다 전기의 신화적 색채나, 시인이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구술한 자서전의 다소 환상적인 분위기와 비교한다면, 이 전기의 구체성과 엄밀성은 “움직이지 않는 여행자”였던 시인의 다채로운 면모를 오롯이 되살려내는 미덕을 지니고 있다.
저자는 떼무꼬의 자연 속에서 시인의 꿈을 키웠던 유년기부터 보헤미안적인 삶에 탐닉했던 산띠아고 학창시절, 외교관으로 아시아와 라틴 아메리카와 유럽을 유목하던 시절, 그리고 안데스를 넘어 망명길에 올랐던 시절을 거쳐 이슬라 네그라에서 눈을 감는 마지막 순간까지 파란만장한 네루다의 삶의 행로를 쫓는다. 또 열정과 고뇌에 물든 에로티시즘, 세계의 상실과 파괴에 대한 초현실주의적 직관, “양귀비로 뒤덮인 형이상학” 대신 “거리의 피”를 노래하는 투철한 역사의식, 그리고 동양적 에스프리에 이르기까지 시인의 광대무변한 창작 여정을 따라간다. 또 이 책에는 자신의 삶을 “모든 삶들로 이루어진 삶”으로 이해하고 ‘모두의 노래’를 불렀던 시인의 전기답게 가르시아 로르까, 사르트르, 미스뜨랄, 보르헤스, 바예호, 엘뤼아르, 아라공, 에렌부르크, 아스뚜리아스, 빠스, 삐까소, 디에고 리베라 등 20세기를 풍미했던 작가·예술가들은 물론 체 게바라, 마오쩌둥, 까스뜨로, 스탈린, 히틀러, 프랑꼬, 트로츠키, 아옌데 등 수많은 정치적 인물들이 잇달아 등장함으로써 당대 역사의 지형도를 보는 또 다른 즐거움을 제공한다. - 네루다는 극동으로 가는 길에 처음 친구가 된 페루 시인 세사르 바예호와 함께 일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