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에코가 청년기에 발간한 ??종말론자와 순응론자: 매스커뮤니케이션과 대중문화이론?? 중 1984년에 이탈리아 밖의 독자들을 위해 따로 골라 독일어로 옮긴 ??종말론자와 순응론자: 대중문화에 대한 비판적 비평??의 우리말 번역본이다. 1권 ??스누피에게도 철학은 있다??와 2권 ??대중의 영웅??은 <슈퍼맨>과 시리즈 그리고 대중소설의 영웅 등 대중의 상상 세계를 사로잡았던 ‘대중의 영웅’들을 흥미롭게 통찰한 것으로 대중문화 이론에 관한 고전이라 할 수 있다. 이 두 책은 대중문화의 본격적인 대두를 맞이하여 새롭고 파괴적인 현상을 바라보는 두 입장, 즉 비관적인 입장과 낙관적인 입장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문화가 하나의 산업이 된 시대의 “커뮤니케이션과 대중문화”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진지하게 모색하고 있는 에코의 청년기의 역작이다. 서구에서 대중문화가 지배적 문화 양태로 떠오르던 1960년대에 ‘진정한 예술의 죽음’을 예언한 종말론과 ‘대중을 위해, 대중에 의해 생산된 대중의 문화가 진짜 문화’라는 순응론의 두 입장을 발전적으로 극복하려는 움베르토 에코의 통찰력이 돋보인다.
독일어판 서문
서론
제1부 대중문화와 "문화수준"
기소된 대중문화
카이에 드 돌레앙스
대중문화에 대한 옹호
잘못 설정된 문제
문화에는 세 가지 수준이 있다는 논리에 대한 비판
가능한 결론 또는 연구를 위한 몇 가지 제안
제2부 저급한 취향의 구조
키치의 양식
키치와 대중문화
미드컬트
시적 메시지의 구조
소비와 예술적 메시지의 회복
"파르스 프로 토토" 또는 "볼디니주의"로서의 키치
말레이시아의 호랑이 - 이 책이 맞나?
결론
제3부 '스티브 캐니언' 읽기
메시지 분석
만화의 언어
이로부터 도출되는 몇 가지 질문
흄과 인도인들: 경험적 연구 서설
비평과 역사 서술의 과제
제4부 '찰리 브라운'의 세계
‘에밀 싱클레어의 청년시절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으며, 1919년에 초판이 나왔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발표하여 에밀 싱클레어 작품으로 알려졌었다. 이 소설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중상을 입은 싱클레어라는 청년의 수기(手記)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싱클레어가 연상(年上)의 친구인 데미안의 인도를 받아 정신착란상태를 벗어나 ‘이 세상의 인간에게는 자기 자신이 인도하는 길을 가는 것보다 어려운 일은 없다’라는 사실을 깨닫고, 오로지 내면(內面)의 길을 파고드는 과정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 직후 패전으로 말미암아 혼미상태에 빠져 있던 독일의 청년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으며, 문학계에도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데미안이란 말은 데몬(Dämon)과 같은 뜻으로 ‘악마에 홀린 것’이라는 뜻에서 유래한다.

죽음의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다시 살아나고, 유령과 대화하며, 돼지꼬리를 단 아이가 태어나는 등 거짓말 같은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현실로 그려지는 서술기법이 매력적인 작품. ‘고독’을 대물림하며 번영과 몰락을 거듭한 부엔디아 가문의 100년 역사를 통해 라틴 아메리카의 슬픈 운명을 그린다. 돼지꼬리를 달고 태어난 아이의 죽음을 마지막으로 끝내 마을에서 사라져 간 부엔디아 가문의 운명은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자아낸다. 우화처럼, 전설처럼 잔잔한 여운으로 읽히는,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대표작.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이며 마술적 리얼리즘의 창시자로 널리 알려진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대표작을 영어식 윤색을 고치고, 스페인어 판본을 텍스트로 삼아 자구 하나까지 그대로 옮겨, 제3세계의 비극적 현실세계를 환상적인 알레고리로 승화시킨 마르케스의 작가정신에 접근했다.
노벨 문학상 후보에 두 번이나 오른 바 있는 그리스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대표작이다. 이 책의 주인공 조르바는 실제인물이다. 그는 물레를 돌리는데 거추장스럽다고 제 손가락을 도끼로 잘라내 버리는가 하면, 여성의 치모를 모아 베개를 만들어 베고 자고, 수도승을 꼬여 타락한 수도원에 불을 지르는 등 기괴하고 상식을 뛰어넘는 야생마 같은 자유인이다. 니체, 베르그송, 불교 등에서 큰 영향을 받은 카잔차키스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작품으로 현대인에게 큰 해방의 미덕을 전해준다.
소설의 주인공 조르바는 교육을 받지 않은 늙은 노동자이지만 육체의 즐거움을 정신의 즐거움으로 도약시킬 줄 아는 놀라운 마법을 지닌 인물이다. 꽃 핀 나무, 빵 한 조각 등 일상의 모든 것이 그를 거치면 신성한 야만으로 돌아간다. 야성의 영혼을 가진 조르바에게서 뜨겁고 치열하게 생에 밀착해 있는 자만이 얻을 수 있는 자유를 발견할 수 있다. 한편, 이 책은 역자 이윤기가 20여 년 전에 출간한 것을 고치고 다듬어 새로낸 개정판이다. 역자는 또 개정판에 작가와 작품에 대한 충실한 설명을 덧붙여, 신성모독으로 몰리기도 했지만 용기와 영혼의 자유를 일깨워 수많은 '골수 추종자'를 거느린 고전의 참맛을 살려냈다.
1949년 발표. 선량한 농부 모리츠는 유대인으로 오인(誤認)되자 헝가리로 탈출했으나, '적성(敵性) 루마니아인'으로 체포되어 나치스의 강제노동 수용소로 보내진다. 그곳에서 게르만 민족 연구가인 한 독일군 장교에 의해 그는 게르만 영웅족(英雄族)의 순수한 혈통을 이은 후예로 인정되어 강제노동의 감시병이 되었으나 다시 연합군 지역으로 탈주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적국 병사로 잡혀 수용소에 갇히어, 이를 아무리 항변해도 소용이 없다. 전쟁이 끝나 간신히 석방되어 처자를 만났으나 18시간 뒤에는 다시 감금된다.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서유럽에 사는 동유럽인들이 갇히게 된 때문이었다.
미·소 양진영의 틈바구니에 끼인 약소민족의 고난과 운명을 묘사한 이 작품으로 작자는 일약 명성을 얻게 되었다. 한국에도 소설과 영화로 소개되었다.
국내에서최초로 번역, 소개되는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고전!
멕시코 현대 문학의 거장 후안 룰포(Juan Rulfo, 1917~1986)의 대표작 <뻬드로 빠라모>는 멕시코 교과서의 필수 수록 작품일 뿐만 아니라 가정마다 따로 한두 권을 비치해 둘 정도로 널리 읽히는 멕시코의 국민 문학이다. 전 세계 문학계의 관심 또한 지대하여 그간 발표된 평론이나 연구서는 그 수를 헤아리기가 힘들 정도이다. 평생 단 두 권의 작품만을 남겼던 후안 룰포의 문학 세계는 이번 출간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소개된다.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거인 후안 룰포!
룰포의 삶은 그의 작품처럼 대부분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는 역사의 격변기(멕시코 혁명과 끄리스떼라 반란) 때 아버지를 잃고 곧이어 어머니마저 여의는 아픔을 겪으면서 암울한 유년 시절을 보낸다. 이후 고아원에 들어갔다가 친척 집을 전전하며 살게 되는데, 그의 삶과 문학 역정이 우울하다 못해 비극적으로 여겨지는 것은 이러한 어두운 과거에서 기인한다. 최종 학력이 초등학교 졸업에 불과한 룰포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퇴근 시간 이후 틈틈이 작품을 써 내려가 1938년부터는 간헐적으로 문예지에 단편을 발표한다. 이 단편들은 1953년 ‘불타는 평원’이라는 제목의 단편집으로 묶여 출간되었다. 그러나 이 작품집은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묻혀버리고 만다. 1955년 룰포는 30년 만에 다시 찾은 고향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모티브를 끌어낸 글을 원고로 완성하여 150쪽 분량의 책으로 펴내게 된다. 이렇게 하여 탄생한 작품이 바로 <뻬드로 빠라모> 이다. 이 작품은 까를로스 푸엔떼스나 옥따비오 빠스와 같은 작가들을 비롯한 수많은 비평가들에게서 극히 ‘예외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현대 멕시코 문학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또한 1967년에는 영화화되었고, 다양한 음악의 테마가 되는가 하면, 수십 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끊임없이 읽히고 있다. <뻬드로 빠라모> 이후 룰포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절필에 가까운 침묵을 지켰는데, 이를 두고 라파엘 꼰떼는 “(후안 룰포가 다른 작품을 발표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이 작품은 모든 문학의 자식이자 요약이며 정점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신화와 전설이 되어버린 <뻬드로 빠라모> 를 마지막 작품으로 남기고 룰포는 비교적 덤덤한 생활을 영위하다 멕시코시티에서 세상을 떠났다. * 후안 룰포의 삶과 문학을 기려 제정된 ‘라틴 아메리카 및 카리브 해 문학상’(‘후안 룰포’ 상으로도 알려져 있다)은 칠레의 니까노르 빠라를 첫 수상자로 선정한 이래 권위 있는 중남미 문학상으로 자리 잡아왔다. 올해는 브라질 작가 루벰 폰세카(78)가 수상자로 선정되었는데, 폰세카는 자신과 가르시아 마르케스 모두 후안 룰포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는 말로 수상 소감을 전한 바 있다.
삶과 죽음, 현실과 과거가 교차하는 새롭고도 낯선 문학 세계!
작가 자신이 ‘무엇보다 구조에 역점을 두고 쓴 작품’이라고 평한 바대로 『뻬드로 빠라모』는 제일 먼저 그 독특한 구조가 시선을 모으는 작품이다. 일단 화자의 변화에 따라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쁘레시아도(‘나’)가 이끌어가는 1인칭 화자 부분이며, 두 번째는 3인칭 화자 부분이다. 또한 수사나의 독백이나 뻬드로 빠라모의 독백에서 볼 수 있듯이 2인칭 화자가 나오는 부분까지 등장한다. 그 와중에 무차별적으로 끼어드는 등장인물들의 독백과 대화, 무질서하게 뒤섞인 사건들로 인해 독자는 낯선 독서의 세계를 체험하게 된다.
<뻬드로 빠라모> 는 주인공 후안 쁘레시아도는 모친의 유언에 따라 생부인 뻬드로 빠라모를 찾아가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부친이 살고 있다는 꼬말라는 사람이 살지 않는 유령의 세계이다. 쁘레시아도는 자신이 죽음의 세계에 있는 것을 자각하면서 차츰 정신을 잃어가며 죽음을 맞이하는데, 이 시점부터 이야기는 뻬드로 빠라모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뻬드로 빠라모는 꼬말라의 절대 권력자인 토호(土豪)이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갖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차지하고 마는음흉하고 폭력적인 인물이다. 멕시코 혁명과 끄리스떼라 반란을 거치며 더욱 광폭해진 그는 평생 기다렸던 수사나의 마음을 구하지 못하자, 꼬말라를 황폐하게 만들며 끝내 자신도 죽음을 맞이한다.
이처럼 <뻬드로 빠라모> 는 유령들의 지하 공동체(꼬말라), 한 여자(수사나)를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는 남자(뻬드로 빠라모)의 지독한 사랑, 태초적 인간의 전형을 보여주는 남매(도니스 남매)의 모습, 평생 가질 수 없는 자식을 좇는 여자(도로떼아)의 회한 등이 본 줄거리와 밀접하면서도 독자적인 맥락을 형성하면서 책 읽기의 풍요로움을 안겨준다. 또한 이 작품은 독창적인 구조, 모호성, 새로운 혁명소설의 패러다임이 신화적 상징 등과 함께 다양한 해석의 단초를 제공하면서 영원히 고갈되지 않는 분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작가 까를로스 푸엔떼스는 이 작품을 두고 ‘멕시코 들판의 언어와 혁명의 주제론을 세계의 보편적인 문맥으로 병합시켰다’라고 평한 바 있다. ) 특히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꼬말라’는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백년의 고독』에서 창조한 ‘마꼰도’의 토대가 되었으며, 오늘날까지도 끊임없는 비평과 재해석을 불러일으키며 작품을 영원히 살아 있게 만드는 주요한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