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망의 확장을 잘 포착한 소설
이 소설의 두 주인공은 술수로 왕이 되고 마침내 신적인 대우를 받게 된다. 하지만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는 법! 왕을 자처한 드라보트는 자신이 선택한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려 하지만 왕비를 삼으려는 단순한 사고로 인해 사기행각과 욕망이 드러나 원주민에게 죽음을 맞이한다.
죽음에 이르러서도 왕이었던 사실을 인정받으며 죽음에 이르는 태도는 씁쓸함을 남긴다. 해골 위의 왕관의 모습에서 인간적 욕망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은 인간의 모습을 노골적으로 볼 수 있다.
술수와 함께 우연의 일치로 신의 자리까지 오르게 해 준 주민들에 의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아이러니이다. 결국 왕을 만드는 것과 왕을 죽이는 권한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평범한 인간을 왕으로 만든 주민들이 결국 자신과 동일한 인간임을 알고 분개한 것은 타당성이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품게 한다.
키플링 특유의 냉소적이고 유머러스한 생각을 구어체로 풀어나가기 때문에 읽기에 부담이 없다. 주인공에 대한 어떠한 동정이나 야유 없이 차분하게 전개해 나가며, 독자의 시선을 유도한다. 또한 왕이라 추대했다가 자신과 동일한 인간임을 알았을 때 여지없이 배반하는 주민들의 모습에도 어떠한 감정이 묻어나지 않는다.
키플링은 100여 년이 지난 오늘, 드라보트와 카네한 두 인물을 통해 인간 내면의 욕망과 그 결과에 대한 모든 판단을 독자에게 남긴다.
늑대 소년, 모글리의 모험담이 전부는 아니다!
《정글 이야기》 하면 많은 사람들이 늑대 소년, 모글리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모글리의 모험담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데다, 전세계적으로 연극, 영화, 뮤지컬로 만들어져 인기를 모았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1884년에 발표된 원작 《정글 이야기》는 모글리의 모험담만 있는 건 아니다. 모글리의 이야기 외에 각각 독립적으로 구성된 네 개의 단편들도 함께 실려 있다. 새끼바다표범 코틱이 낙원을 찾아 나서며 인간 사회의 폭력을 비난하는 <하얀 바다표범>, 각각 선과 악을 상징하는 몽구스와 검은 코브라의 대결 <리키티키타비>, 인도의 정글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하는 코끼리들의 조련사 이야기 <코끼리들의 투마이>, 한밤중 동물들의 대소동 <여왕 폐하의 신하들>이 그것. 《정글 이야기》는 이 모든 이야기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실어, 영국 최초 노벨 문학상에 빛나는 작가 키플링의 문학 작품을 온전히 소개한다. 여기에 키플링의 아버지 존 록우드 키플링이 직접 그린 그림을 비롯하여 세 명의 다른 그림 작가들이 참여한 고풍스럽고 멋진 삽화로 원작의 감동을 그대로 전한다. 인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작품임을 감안, 인도 문화를 설명해 주고, 작가 소개 및 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주는 화보는 독자들의 작품 이해를 돕는다.
영국 최초 노벨 문학상 작가, 키플링의 뛰어난 언어를 만나다
키플링은 워낙 시인으로 알려진 작가이다. 그의 뛰어난 문학적 감수성은 《정글 이야기》에도 어김없다. 활활 타오르는 불을 ‘빨간 꽃’이라 표현하고, 한밤중에 정적을 깨는 소리를 ‘거대한 침묵에 바늘로 구멍을 낸 듯하다’는 등의 섬세한 묘사들은 문학 작품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일곱 개의 단편들은 모두 시로 시작해서 시로 끝나고, 본문 중간중간 시의 형식을 빌려 내용을 전하며 시적인 분위기를 유지한다. 평단에서는 키플링의 언어 기술과 기교는 작품이 통속적으로, 작위적으로 빠지는 것을 막아 준다고 하며, 그의 언어 감각을 높이 사고 있다. 원문 한 줄 한 줄 충실히 옮긴 완역본으로 키플링만의 매력 넘치는 언어를 느껴 보자!
벅찬 감동으로 다시 돌아온 모글리!
자연을 가까이에서 느끼며 살고 있는 아이든, 도시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든, 정글은 기껏해야 텔레비전에서 보는 게 고작일 터. 키플링은 인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청년이 되어서도 인도에서 기자 생활을 하며 인도의 모습을 직접 보아온 작가이다. 《정글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인도의 정글과 정글 동물들이 생생하게 다가오는데, 이는 작가의 직접적인 체험과 문학적 상상력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독자들은 사파리를 타고 정글을 탐험하듯 한순간도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정글 세계로 빠져든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정글 이야기》가 어린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건 정글 동물들의 대장처럼 보이는 ‘모글리’이다. 늑대 손에서 자라나는 모글리의 종횡무진 활약상을 보면 아이들은 자신도 정글 숲의 대장이 된 양 상상 속의 정글을 활보하고, 한껏 긴장하며 스릴을 만끽한다. 여기에 모글리가 자신의 뿌리를 찾기까지 모글리를 따뜻하게 보살피는 동물들의 사랑과 정의로움 앞에서는 훈훈한 감동도 느낀다. 모든 이의 반대를 무릅쓰고 홀로 낙원을 찾아 나서는 새끼바다표범, 무시무시한 코브라를 제압하는 몽구스, 한밤중에 혼자 언덕지대 한복판에 뛰어드는 작은 투마이 등 <늑대 소년, 모글리> 외의 단편 속 주인공들의 눈부신 용기 또한 즐거움과 커다란 감동을 전한다.
정글로 들어간 인간 세상
《정글 이야기》는 자칼, 곰, 늑대, 호랑이, 코끼리 들이 펼치는 정글 세계가 가슴 뛰는 스릴감을 안겨 주다가도 정글 법칙의 엄격함과 약육강식의 생존 법칙 앞에서는 숙연해지기도 한다. 키플링은 단순히 동물들을 의인화한 것이 아니라, 각각의 동물들을 여러 인간들의 군상에 빗대어 날카로운 풍자와 교훈을 담아 놓은 것이다. 이를테면 힘 있는 자의 횡포와 폭력, 법을 어기고 싶어하는 충동, 탐욕, 자기만의 방식을 고집하는 행동 등 인간의 행동 양식을 꼬집고, 동시에 세상에서 가장 약하고 자기를 지킬 힘이 없는 사람을 건드리는 것은 비겁하다든가, 사냥 구역을 바꿀 땐 상대방에게 미리 알려야 한다는 정글 법칙 들로 우리가 세상을 살아갈 때 기억해야 할 지침을 전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정글 법칙 속에서 삶의 철학을 배우는 건 바로 이런 따끔한 충고와 교훈 때문일 것이다.
<늑대 소년, 모글리>
한밤중에 늑대 동굴 앞에 사람의 아이가 벌거벗고 굶주린 채 버려진다. 아빠늑대와 엄마늑대는 아이를 잡아먹으려는 호랑이 ‘시어 칸’과 늑대 무리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이에게 ‘모글리’라는 이름을 지어 주며 정성껏 키운다. 모글리는 갈색 곰 발루와, 검은 표범 바기라 덕분에 정글에서 살아가기 위한 방법들을 알아간다. 한편 동물들 사이에서 무시당하며 살고 있는 원숭이들은 지혜로운 모글리를 우두머리삼아 가장 현명한 종족이 되려는 속셈에 모글리를 납치한다. 위험에 빠진 모글리를 발루와 바기라가 구해 주지만, 모글리를 적대시하는 정글 동물들 때문에, 모글리는 어쩔 수 없이 인간의 마을로 들어간다. 사람들의 이상한 눈초리 속에서 쉽게 어울리지 못한 모글리는 물소 떼를 이용해 시어 칸을 물리친 뒤 다시 정글로 돌아간다.
하얀 바다표범
어느 날 새끼바다표범 코틱은 친구들이 사람들 손에 이끌려 도살장에서 끔찍하게 죽어가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 뒤 사람들이 찾지 못하는 낙원을 찾아 나선다. 수많은 모험과 험난한 여정, 그 끝에는 평화롭고 안전한 낙원이 코틱을 기다리고 있다.
리키티키타비
몽구스 ‘리키티키’는 검은 코브라 나그와 용감하게 맞서 싸운다. 재봉새 다르지와 사향뒤쥐 추춘드라가 도와 주지만 몸으로 싸우는 건 혼자의 몫! 리키티키는 물어뜯기 실력으로 나그를 제압한다.
코끼리들의 투마이
코끼리들의 조련사 가문에서 태어난 작은 투마이는 어느 날 밤, 사람들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코끼리들의 춤’을 본다. 그 뒤 코끼리들의 진정한 조련사가 된다.
여왕 폐하의 신하들
인도의 한 야영지. 한밤중에 낙타 한 마리가 천막으로 잘못 들어와 부대가 아수라장이 된다. 그 바람에 짐을 실어 나르는 낙타, 스크루 대포 부대의 노새, 기병대 말, 대포를 운반하는 소, 포대의 코끼리가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동물들은 제대로 싸우는 방법에 대해 저마다의 방식을 고집하지만, 부대 사열식 행사에서는 각자의 임무에 충실하며 조화롭게 진행한다.
p110
루드야드 키플링의 작품 여섯권이 꽂혀있다. (로즈 레드)
그런데 품절된 작품빼고는 두권만이 남는다. 우리나라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