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가든
이언 매큐언 지음, 손홍기 옮김 / 열음사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시멘트 가든이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으로 우리에게 다시 한번 다가오는 이언 매큐언의 작품은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충격적이라기보다는 현대 사회에서 깨어지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의 잇따른 죽음과 죽으면서 얘기한 엄마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외부와의 고립을 선택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마치 <파리 대왕>이나 <15소년 표류기>에서처럼 나름의 질서를 잡아가려고 한다. 물론 그 질서는 기존의 질서가 아닌 그들만의 질서다.

아이들이 어른들을 흉내내서 소꿉놀이를 하듯이 은폐된 공간에서 그들은 그들만의 세계에 사로잡혀버린다. 그들이 왜 밖으로 나가야 하는가?

이 작품에서 다른 많은 사람들은 - 작가가 아니라 - 소통을 할 것인가, 고립을 선택할 것인가를 논하고 있지만 우리는 누구나 사춘기때 고립을 선택한다. 나름대로의 규칙을 원하고 나름대로의 자유와 독립을 원한다. 그것을 우리는 지나가는 바람처럼 생각하고 또한 그런 것이 당연하다 말하지만 그것이 영원히 지속된다 한들 무엇이 문제인가? 사회적 규범? 도덕의 타락? 질서의 파괴?

이미 우리는 많은 사회적 규범을 재정립하고 있고 도덕적으로 타락한 상태고 자연의 질서를 파괴한 자들이다. 그런데 유독 우리의 아이들만 그래서는 안된다고 말할 이유가 있을까?

어차피 그들이 있는 곳도 시멘트를 쏟아 부은 곳이다. 아버지가 만든 시멘트 정원과 어머니가 있는 지하의 시멘트 관, 그리고 주변에 만들어지는 조립식 시멘트 집들...

이 작품이 내게는 왜 충격적이지 않은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안의 어디에 악마적인 것이 있다는 것인지, 어디에 파괴적 장난이 있다는 것인지...

왜 부모는 어린 자식들만 남기고 사라질 때를 대비해서 그들에게 부모 대신 울타리가 되어 줄 사람들을 찾지 않았을까? 왜 그들에게는 이웃이 없었던 것일까? 왜??? 어쩌면 이들의 고립은 어른들이 만든 것이고 악마적인 것은 어른들의 무책임이 아닐까.

아이가 어른이 되는 것은 혼자 되는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 혼자서 모든 것을 잘하고 따라 하라 말한 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모순적인 이야기인가. 그리고 마지막 배척당한 자의 파괴적 모습은 결코 이 작품에서 아이들만이 잘못되었음을 뜻하지 않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어쩌면 이러한 마지막이 작가가 다른 이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자기 글에 대한 소통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건 그렇고 이 작품이 추리소설인건가? 읽고 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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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2-07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원한 전쟁'처럼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한번 접해 보시면 또 다른 느낌이 들지 않을까요..^^

물만두 2006-02-07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란 원래 그 맛에 다시 읽는건데 다시 읽을 수 있을지가 미지숩니다 ㅠ.ㅠ 워낙 밀려서요~

2006-02-22 18: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6-02-22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쪽지 보냈습니다^^

2006-02-23 15: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6-02-23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쪽지 보냈어요^^ 님도 알려주세요~

2006-02-25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6-02-25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