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적으로 이해하던 미술의 사회적 기능을 다면적이고 입체적으로 보여준 책이다. '미술은 도대체 어디에 쓰일까?', '왜 인류 탄생 이래 미술은 여전히 존재하는 걸까?' 등의 질문들을 통해 미술의 역사에 접근한다. 말하자면 '미술작품으로 세계를 이해하는 법'을 보여준 것.
작품 배경과 인물묘사, 소재 등을 당시 사회사와 연결지어 설명하고 있다. 감상적 해석을 지양하고 정확한 사실과 역사에 기반하여 작품을 분석했는데, 간결한 텍스트 정보와 150여 점의 미술작품이 특색이다.
이 밖에 미술이 시대에 따라 어떤 도구로 쓰였는가도 살펴보고 있다. 가령 루이 14세, 나폴레옹처럼 정치적인 전선 수단으로 이용되었던 미술, 피카소의 '게르니카'처럼 역사를 비판하고 증언하는 표현도구로 쓰였던 미술 등등이다.

 현대 미술의 거장 피카소와 당대 최고의 사진작가 브로샤이가 나눈 대화를 책에 담았다. 브로샤이가 피카소를 처음 만났던 기억에서 글을 시작하여 일기형식으로 써내려갔으며, 피카소와 그의 친구들이 나누었던 대화를 중심으로 평범하면서도 시시콜콜한 일상까지 꾸밈없이 담아놓았다. 예술가로서의 피카소의 보헤미안 기질과 초현실주의에 대한 피카소의 생각, 파시즘에 대한 증오, 동료 예술가들에 대한 멘트 등 피카소가 직접 이야기한 것을 담아 피카소를 이해하는데 가장 적합한 내용일 듯 싶다. 또한 브로샤이가 직접 가까이에서 피카소와 피카소의 작품을 찍은 50여컷에 달하는 사진은 눈여겨 볼 만하다. 생전과 사후 모두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거머쥘 수 있었던 피카소, 브로샤이는 이 책을 통해 미술가로서의 피카소보다는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피카소의 면모를 보여주고자 한다.
피카소에 대한 연구는 끝이 없다. 그는 1907년 〈아비뇽의 아가씨들〉로 입체주의의 문을 연 작가로 널리 인식되고 있지만, 그의 입체주의 시기는 작품 세계 전체를 두고 볼 때, 깊은 우물의 표면에 지나지 않는다. 피카소에 관련된 연구가 그 어떤 작가들보다 많고, 그에 대한 책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해준다. 그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그의 뒷이야기들, 이를테면 그의 많은 여자들과 화상에 얽힌 이야기들, 그리고 예술가로서 뿐만 아니라 시대 흐름에 타협하는 데 능한 장사꾼으로서의 면모까지, 피카소를 한 명의 천재화가에서부터 사기꾼에 이르기까지 다각도에서 살펴보았다. 이렇듯 전세계적으로 피카소에게 바쳐진 책은 수십 권에 달했다. 그러나 그 어떤 작품에서도 브로샤이의 이 작품만큼 피카소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생생하게 보여주지는 못했다.
브로샤이의 글은 피카소의 작품을 평한 평론집도 아니고, 그의 삶을 미화시키기 위한 전기도 아니며, 예술가로서의 삶을 분석하고 비판한 글도 아니다. 단지, 중요한 일이 있었다고 생각된 날에, 또 기억에 남은 즐거운 일이 있었던 날에, 피카소와 그의 친구들이 나누었던 대화를 중심으로 전개한, 지극히 평범하면서 시시콜콜한 일상까지를 꾸밈없이 담아놓은 글이다.
1964년 처음 출간된 《피카소와의 대화》는, 현대미술의 거장 피카소와 당대 최고의 사직작가 브로샤이가 나눈 대화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친밀한 관계 속에서 나눈 이 두 위대한 예술가들의 대화는 놀랄 만한 기록을 보여준다. 1939년 이후 30여 년간 피카소와 나눈 대화의 기록은 예술가로서 피카소의 보헤미안 기질과 초현실주의에 대한 피카소의 생각, 그리고 파시즘에 대한 증오, 동료 예술가들에 대한 멘트 등 예술가로서의 피카소와 일상인으로서의 피카소의 모습을 생생하게 살려내고 있다. 이 생생함은 여느 피카소 관련 책이 갖지 못한 큰 장점이다.
‘피카소와의 대화’. 나는 그것들을 다시 읽어보았고 피카소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는 이것이 우리의 대화라는 것을 알고도 그리 놀라지 않았다. 그는 그 당시에도 이것을 읽었고, 나의 ‘마리나 이야기’와 파리 점령기에 한 술집에서 기록했던 대화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피카소:이것을 모두 당신이 썼단 말입니까? 정말 대단한 열정이군! 자, 앉아서 좀 읽어봅시다.
나는 종이 뭉치에서 무작위로 골라잡아 몇몇 ‘방문’에 얽힌 이야기를 읽어주었다. 스무 쪽, 서른 쪽…… 계속해서 읽어주었다. 그는 계속해달라고 부탁했다. 피카소는 주의 깊게, 생각에 잠겨서, 즐거워하며 이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때때로 좀더 세부적인 설명을 부탁하거나 못 다한 이야기를 완성해주기 위해서 읽기를 멈추게 했다.

피카소에게 직접 듣는 피카소의 삶, 그리고 예술

브로샤이도 본문에서 밝혔듯이, 자신의 생각이나 감상을 극도로 배제한 채 되도록 모든 대화를 객관적으로 옮겨놓으려 했다. 중간 중간에 소견이 첨가되기는 하지만, 이는 글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읽는 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일 뿐이다.
그가 이렇듯 직접화법의 형식을 빌려 이 책을 구성한 것은 그의 생생한 글 솜씨에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직접화법으로 옮겨진 피카소의 일화들은 미술가로서의 피카소뿐만 아니라 생활인으로서의 피카소라는 새로운 면모를 경험하게 해준다.
그는 고고한 예술가로서의 삶만 산 것은 아니었다. 돈, 특히 현찰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집착했고, 지불해야 할 돈을 제대로 지불하는 않는 경우도 많았다. 또 자신의 건강에 대해 병적일 만큼 걱정이 심했던 엄살꾼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에게 예술의 원천이자 영감의 근원이었지만, 두려움과 멸시의 대상이기도 했던 여자들에 대한 피카소의 일화들. 브로샤이가 써내려간 대화들을 하나하나 읽다보면 인간 피카소에 대해 좀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피카소가 간간이 남긴 미술에 대한 의견들은 그가 천재 화가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다.
그리고 천재 화가는 죽어서만 이름을 남길 수 있다는 19세기 낭만주의적 발상에서 벗어나, 위대한 화가, 천재 화가는 살아서 그 이름을 널리 알리고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거머쥘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최초의 미술가이기도 하다.

브로샤이는 살아 있는 눈이다-헨리 밀러

“브로샤이는 살아 있는 눈이다.”
헨리 밀러는 이렇게 썼다. 그것은 단지 브로샤이가 위대한 사진작가 중 하나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눈은 그 어느 것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한 예술가의 보편적인 호기심이기도 하다. 그러나 브로샤이가 한 가지 표현방법에만 머물러 있기에 세상은 너무도 다양했다. 그는 사진작가로서 뿐만 아니라 화가, 데생작가, 영화인, 그리고 문필가로서도 작품을 남겼다.
《피카소와의 대화》는 피카소가 이미 미술가로서 이름이 널리 알려졌던 1940년대 이후의 일화들을 일기 형식으로 써 내려간 글이다. 브로샤이라는 사진작가가 처음으로 피카소를 만나던 기억에서 시작하는 이 글은 그가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파리를 떠났다가 자신의 사진 작품이 손상될 것을 우려해서 다시 파리로 돌아왔던 1943년경의 이야기부터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당시 피카소는 초현실주의 작가들과 교류하면서 〈미노토르〉 지에 작품을 싣고 있었고, 장 콕토, 엘뤼아르와 같은 당대 문인들과 디아길레프를 비롯한 러시아 발레의 선구자들과 함께 교류하면서 미술뿐만 아니라 문학, 무용, 연극 등 다방면에 걸쳐 폭넓은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특히 그의 《꼬리 잡힌 욕망》은 초현실주의의 자동 기술법에 따라 쓴 희곡 작품으로 피카소의 문학적 소양을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유일무이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는 부아줄루 성에서 피카소의 위풍당당한 자동차였던 히스파노 수이자의 불빛으로 그의 조각 작품들을 촬영했다. 그는 또 피카소가 라보에티 가와 전쟁 중 그랑오귀스탱 가에서 생활했던 시절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프랑스 남부 미디 지방에서 피카소를 만나게 된다. 피카소를 중심으로 그의 주변에서는 그와 가깝게 지냈던 사람들과 프레베르, 엘뤼아르, 르베르디, 사르트르, 카뮈, 콕토, 미쇼 등이 힘을 되찾고 있었다.
말재주가 뛰어났던 브로샤이는 당시에 풍성했던 일화들을 그 누구보다도 잘 전해주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피카소의 재능과 예술적인 문제들을 깨닫게 해주는 심도 있는 작품을 쓰기도 했다.

당대 최고의 사진작가 브로샤이의 앵글에 잡힌 피카소의 예술, 그리고 삶

세계적인 사진작가 브로샤이가 가까이에서, 피카소와 피카소의 작품을 직접 찍은 50여 컷에 달하는 사진 자료들은 그 동안 국내에서는 보지 못한 귀한 자료들이다.
브로샤이는 주로 피카소의 조각 작품을 촬영했는데, 피카소는 그의 사진을 어느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보다도 좋아했다. 피카소의 조각 작품들은 브로샤이라는 눈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다.

피카소와 그를 둘러싼 사람들

피카소는 매일 오전에는 손님을 맞이하고 오후에 작업을 했다.
그 방문객들은 그의 절친한 친구들에서부터 화상들, 그를 취재하고 싶어하는 기자들, 그를 동경해 보고 싶어하는 일반 방문객에 이르기까지 하루에도 수십 명씩을 맞았다. 이런 방문객들과의 대화는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특히 20세기 미술사의 또 다른 거장이었던 앙리 마티스와의 사이에서 있었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은 그들이 절친한 친구이자 라이벌로서 서로 많은 영향을 주고받았음을 잘 보여준다. MOMA(뉴욕 현대미술관)에서 마티스와 피카소에 관한 전시가 한창인 이 시점에서, 브로샤이의 글에 등장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한층 더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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