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의 뿔
권정현 지음 / 노블마인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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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먼저 제목인 달팽이의 뿔이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면 이 책이 어떤 것을 지향하는 지를 파악할 수 있다. 달팽이의 뿔이란 장자에 나오는 우화로 달팽이 뿔 위에서 씨국(氏國) 이 다투어 수만의 희생자가 생겼다는 이야기로서, 보잘 것 없는 명리나 소유욕을 두고 다툼을 비유한 말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정치, 대통령 선거가 등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 거기에 액자 소설 형식으로 동한연의라는 소설을 집어넣은 것은 무엇일까. 그것 또한 정치에 대한 비판적 작가의 생각이 들어있다고 본다. 그런데 조선시대 무명씨가 왜 중국을 배경으로 이런 작품을 썼을까... 아마도 그때나 지금이나 밑에서 바라보는 정치판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대로 비판하자니 목이 달아날까 하여 중국이 배경이 된 것이리라.
이 책이 추리적 기법을 사용했다고 해서 무작정 읽었더니 추리는 없고 오직 우리는 지금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하는가 하는 작가의 물음뿐이다. 그런데 정작 작가는 대답은 빼고 말았다. 그러니 어쩌자는 건지. 고인돌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발견되는 이 땅이 어쩌면 옛날 거대한 왕국이었을지도 모른다는 흘림은 무어란 말인가.
‘나가자, 싸우자, 이기자.’라는 응원이 생각난다. 역사는 한번 흘러가면 그뿐이다. 되돌리려는 것은 무모한 것이다. 그것보다 그것을 통한 앞날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풍납토성의 귀중함을 알면서도 그 위에 아파트를 세우고 도로를 건설한 것은 정치가들의 무지몽매함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보존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경주에는 지금도 앞마당을 파면 유물이 나온다고 한다. 그러면 집주인은 그것을 몰래 숨기기에 바쁘다고 한다. 이유는 딱 하나다. 생계...
영국의 스톤핸지는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인 모양이다. 왜 그곳은 잘 보존되었을까. 그들이 잘 살았었기 때문이다. 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문화에 사람들은 눈을 돌릴 여력이 생긴다.
그런데 개발이라는 미명은 너무도 달콤한 것이다. 그 개발이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누가 되었든 말이다.
예전의 우리가 살던 집은 소방도로가 나는 바람에 헐렸다. 그런데 그 소방도로라는 것이 삐뚤빼뚤하게 바로 다섯 걸음만 걸으면 큰 도로가 있는데 도로에 인접한 우리 집을 관통했다. 이유는 중간에 소위 힘 있는 사람이 살았는데 그가 집을 증축한 것이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그 집을 돌아 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소방도로는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이사 오던 해인 26년 전에 이미 있었던 얘기다. 이런 작은 도로 하나도 그런 이들에 의해 좌우되는 상황이니 더 큰 도로나 주택단지 조성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 나라가 얼마나 잘 돌아가는지 알려면 어떤 자리의 장관이 가장 끗발이 있는 지를 보면 된다. 작가는 뭔가 쓰고는 싶었던 모양이지만 현실 감각이 떨어짐이 느껴진다. 실제 상황이 아니라 책 속에서 말이다. 책은 쉽게 읽히지만 읽고 나면 그래서? 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좀 더 탄탄한 구성이 필요하다. 동한연의를 쓴 것 같이 현실로 돌아왔을 때도 그런 구성을 보여줬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작가는 작품의 구성과 전개에 대해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어설프다.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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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8-14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리뷰쓸게 없어 이것 저것 같다 붙였습니다. 이젠 추리적이라는 말에 속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