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브르 - 1,2권 합본 (반양장)
발락 지음, 이슬레르 그림, 이재형 옮김 / 비앤비(B&B) / 2000년 9월
평점 :
품절


한 가문에 전해 내려오는 아버지의 비망록과 한 여인이 어머니에게 들은 이야기로 인해 귀족 청년 베르나르와 창녀의 딸이자 도둑질을 일삼는 줄리는 숙명적으로 만난다. 빨간 눈을 가진 부족을 만나면 가문이 멸망한다는 쌍브르 집안과 쌍브르 집안사람과는 운명적으로 이어져 있다는 줄리 모녀... 이들의 운명과 서서히 싹트는 혁명의 그림자는 과연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나는 이 책이 끝인 줄 알았다. 그러면서 한 권으로 끝나기에는 소재와 주제가 너무 무겁다는 생각을 했다. 역시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다.

이 책을 보면서 나는 왜 <베르샤유의 장미>가 생각났을까... 익숙하지 않은 사실적 그림과 컬러... 톨킨을 연상시키는 환상 같은 비유... 그런 것들이 어색했다. 하지만 베르사유의 장미가 예쁘게 포장된 소녀들의 만화라면 이 만화는 어른들을 위한 만화다.

가끔은 너무 예쁘고 너무 아름답게만 그려진 만화에 싫증이 날 때가 있다. 그럴 때 내가 이제 더 이상 꿈을 꾸지 않는 인간이 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꿈이 사라진 그 공간에는 이런 만화가 어울린다. 치열하고 처절하고 비열하며 권모술수 가득한... 그러면서도 또 꿈을 꾸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베르나르와 줄리가 그 소용돌이 속에서 무사하기를... 행복하기를...

과연 베르나르의 누나는 어떻게 될까... 그것 또한 궁금하다. 아무튼 처절한 소재는 누구에게나 매력적인 모양이다. 프랑스 혁명과 전쟁과 그런 많은 비극들... 삶이 지겨운 탓일까... 누군가 겪어야만 하는, 그것이 허구라 할지라도, 일들에 매력을 느끼다니... 행복은 끝없는 불행 사이에 잠깐 고개를 내미는, 오랜 장마 끝의 한줌의 햇살 같은 것... 인간은 그 한 줌의 햇살을 향해 달려드는 이카루스... 그리고 추락한다.

쌍브르... 쌍브르... 베르나르와 줄리의 행복 끝의 추락을 보여줄 것인가, 아니면 비장미 넘치게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끝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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