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절하고 안타까운 생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한 한 여자의 일대기.

주인공 심청은 열다섯 살에 은자 삼백냥에 중국 선상들에게 팔린 뒤, 풍랑을 잠재우는 제물이 되어 굿을 치르고 중국의 한 부잣집에 팔려간다. 황해 바다를 건너 중국 진장을 거쳐 처음으로 정착한 곳은 난징. 중국으로 가는 배 안에서 '렌화(연꽃)'라는 이름을 얻은 후 첸 대인의 어린 첩실로 팔려간 것이다.

첸 대인의 보약 노릇을 하던 청은, 첸 대인이 죽은 후 그 집 막내아들 구앙을 따라 그가 운영하는 진장의 기루(妓樓) '복락루'로 가게 된다. 그리고 처음으로 자기의 의지로 자신의 몸을 팔지만 떠돌이 악사 동유를 만나 사랑하게 되고 둘만의 혼례를 치른다. 복락루에서 도망친 두 사람은 만두집을 열어 평범한 삶을 꾸리려 하지만, 운명은 청을 다시 창녀로 만든다.

조선에서 태어난 심청이 중국에서는 렌화로, 싱가폴에서는 로터스로, 일본에서는 렌카로 파란만장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두 권에 나누어 담았다.

청의 일생은 19세기 동아시아의 벌거벗겨진 역사이기도 하다. 작가의 말을 빌리면 "동아시아의 근대화를 문학적인 장치를 통해 상징화한 것"이라고. 동아시아는 서구 제국주의에 의한 타의적인 근대화 과정을 겪었으며, 이는 여성의 몸이 팔리면서 사물화, 객체화하는 과정과 겹쳐진다는 것이다.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여성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이끌어가려 하는 청이가 겪게 되는 사건들이 거장 황석영의 손에서 어떤 드라마보다 역동적이고 생생하게 살아나는 소설.
 
  미국의 검사 출신 변호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콧 터로가 일리노이 사형위원회에서 2년 동안 사형제도를 연구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사형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리포트. 법철학적 논의를 다루고 있지만 미국을 떠들썩 하게 했던 실제 사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어 무리없이 읽힌다.

사형 집행 15시간 전에 무죄가 밝혀져 극적으로 풀려난 사형수 앤서니 포터, 경찰의 유도 심문으로 부모 살해 사건의 범인으로 기소되어 사형 선고를 받았다가 풀려낸 게리 고저 등의 예를 통해 사형제도의 한계, 법을 해석하고 집행하는 법률가들의 오류, 사형제도의 비인간성의 문제를 다뤘다. 사건의 피해자, 가해자, 유족들의 목소리를 통해 사형제도에 대한 다양한 시각차도 드러냈다.

무엇보다 지은이가 사형제도에 대한 완강한 반대논리나 찬성논리 어느 한 쪽에 매몰되지 않고 중립적인 관점에서 사형존폐론의 의미와 한계를 살피고 있다는 점에서 새롭다. 젊은 시절 사형 폐지론자였던 지은이가 검사 생활을 하면서 사형 존치론자로 변했다가 무고한 사형수를 변호한 경험을 통해 다시 사형제도 폐지를 지지하는 입장으로 바뀌는 과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어 설득력을 더한다.
 
  원고지 5천 매가 넘는 세 권짜리 묵직한 두께의 이 장편소설은 현대 사회의 대표적 병리 현상인 '아동 학대'와 '가족 붕괴'에 주목하여 작가가 5년여의 집필 기간을 거쳐 완성한 선굵은 스케일의 작품이다. 유년기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문신처럼 새긴 채 '영원의 구원'을 간구하는 세 아이들의 만남을 통해 가족적 질서가 붕괴된 우리 시대의 뿌리 깊은 비극을 진지하게 조명한다.
 
아이는 부모를 사랑하고 부모로부터 사랑받고 싶어하는 존재입니다. 사랑받고 싶은 감정 때문에 부모가 원하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죠. 만약 부모가 아이에게 좋은 성적과 모든 일에 있어 좋은 결과를 바란다면, 아이는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합니다. 현대 일본의 부모들은 이런 성공 환상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숨이 막혀 올바르게 성장하지 못합니다.

부모는 아이가 훌륭한 성과를 올리고 유명해지는 것을 바라기보다, 조건 없이 사랑하고 또 살아가는 자체가 가장 소중하다고 믿는 자세를 보여 주어야 합니다. 살아간다는 것, 그 자체를 어떻게 부정할 수 있을까요. - 텐도 아라타
 
17년 전, 어느 소아종합병원 정신병동에서 열두 살의 세 아이가 만난다. 성폭행당한 뒤 그 충격으로 정신 장애를 일으킨 구사카 유키, 아버지의 폭력과 어머니의 학대로 문제아가 되어버린 아리사와 료헤이, 부모의 이혼과 어머니의 문락한 생활로 심각한 정신적 상처를 입은 나가세 쇼이치로.

세 아이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자신들이 서로 다르지 않음을, 셋이면서 하나일 수 밖에 없는 '운명적인 관계'임을 깨닫는다. 17년 후, 29세가 된 세 주인공은 자신들의 만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고 있었지만 결국 재회의 순간을 맞고 만다. 그것은 이미 준비된 장대한 비극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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