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귀야행>의 작가가 다른 작품을 선보였다. 환월루라는 기방을 중심으로 된장집의 대를 갑자기 잇게 된 약간은 모자라 보이는 쇼이치로와 환월루의 악사이지만 악기는 다룰 줄 모르고 귀담을 얘기해 주는 것으로 살아가는 요사부로가 중심으로 전개되는 에피소드 중심의 단편집이다. 배경은 19세기말이나 20세기초쯤으로 보인다. 이야기의 시작은 환월루에 다녀오던 중 갑작스런 사고로 죽게 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유명한 된장 공장 사장이 된 쇼이치로에게 이상한 사건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겉으로만 얼빵해 보이고 속은 그렇지 않은 쇼이치로가 요사부로를 범인으로 지목하면서 뜻밖의 전개를 맞게 된다. 이 작품에는 모두 4편의 단편이 있다. <백귀야행>을 생각하고 본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이 작품은 대단한 괴담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단한 추리 만화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미있다. 특히 쇼이치로와 요사부로의 요상한 관계는 작품을 가벼우면서 재미있게 만들어 준다. 이 작품들은 아마도 작가가 백귀야행을 쓰면서 틈틈히 쓴 것을 모은 것인 모양이다. 작가의 색다른 면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작가가 백귀야행을 끝낸 뒤 추리 만화를 쓰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 시대를 배경으로 추리 소설을 써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