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노래
지미 지음, 이민아 옮김 / 청미래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어떤 노래는 지미의 시와 그림이 잘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이중적이다. 한쪽은 계속 사랑과 희망과 꿈과 기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하고 다른 한쪽은 계속 어둠과 버거움, 고독과 벗어나고 싶은 현대인의 외로움, 쓸쓸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마치 지미가 두 줄 사이를 교묘하게 교차하며 지나다니는 느낌이 든다.

예를 들어 <바람벽>이라는 시에서는 추락이 아닌 추락 뒤에 올 수 있는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음을 피력하고 있고 <공중의 유모차>에서는 현대인의 무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눈빛의 무게>로는 사랑을, <굴러다니는 집>에서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두 관점의 충돌이 나타나는 시가 <오묘한 경계선>에서 표현한 어릿광대에 대한 것이 아닌가 싶다. 태양과 그림자, 환희와 처량함으로 나뉜 어릿광대... 그것은 바로 지미가 표현하려는 현대인의 자화상이 아닌가 싶다. 지미는 자꾸만 쉬어 가라고 말하면서도 너를 밝고 올라갈 수밖에 없는 나를 이해하라고도 말한다. 그것은 지미뿐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하고 싶은 말일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나는 지미의 다른 작품에서보다 더 심한 현대인의 무력한 고독과 벗어날 수 없는 근원적 외로움 때문에 서평을 미루었는지 모르겠다. <바람벽>을 읽고 공감하는 나 자신의 모습을 외면하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고...

이제 지미의 작품은 다 읽었다. 언제 또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작가의 작품을 일년에 한편 정도는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 본다. 아직 우리 나라에 발표되지 않은 작품이 있을 테니 그 작품들이 출판되기를 우선 바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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