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한 짐승의 연애
이응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젊은 날의 후회를 말하려는 것인가? 아니면 호사스러웠던 한 때를 되새김질 하는 것인가? 산다는 건 무엇인지를 말하고 싶었는데 결국 작가 자신도 그것을 몰랐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날의 사랑은 무정하다. 당연 무정하다. 인간이 짐승인 것 또한 당연하다. 인간. 그 무정한 짐승들. 그들의 연애는 그들의 삶이고 본능이며 제어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작가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며 모든 청춘들이 가지고 있는 하나의 허상에 대한 고해다.   

누군들 이리하고 싶으랴. 누군들 청춘의 후회가 없으랴. 이응준은 사막과 낙타와 무의식적인 행동들로 인간을, 인간의 행동을 반성하려 한다. 덧없고 덧없음의 몸부림이다. 인간이란 원해 무정한 짐승인 것을 그것을 뛰어 넘으려는 것이 필요할 지 모르겠다. 슬프고 슬픈 단상들이 작가의 작품들로 모였다. 작가의 피를 토한 각혈을 보는 듯 하다. 그것이 작가의 것인지 내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거기서 줄을 뽑아 내 거미처럼 예쁜 거미집을 짓고 싶었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예쁜 거미집이 아닌 엉성한 거미집이 되고 말았다. 왜 그럴까? 강조에 있다. 무정에 너무 강조를 하려 하니 거리를 둬야 할 작가가 너무 몰입한 것이 되고 말았다. 몰입으로 방향을 잃었다. 그래서 단편들이 제각각 따로 논다. 한 마리 낙타가 되어 사막을 가고 싶었다면 진짜 낙타가 되어야 한다. 낙타인 척 했다가는 사막에서 길을 잃고 말뿐이다.  

길을 잃은 당신에게 오아시스가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은 바람뿐이겠지. 확실한 것은 낙타가 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이응준이라는 작가가 더 뛰어난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이것을 뛰어넘어야 할 것이다. 자신의 감정의 절제와 쓸데없는 감정의 낭비는 조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작품에서 진짜 낙타가 되어 사막을 잘 건널 수 있기를. 당신이 오아시스를 발견해서 살아남았다면 말이다. 신기루를 쫓지 말고 겉돌지 말고 멋은 버리시기를. 점점 발전하는 작가의 모습을 기대하고 싶다. 그렇게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도 당신의 글을 읽을 수 있어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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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4-09-13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물마두님이 이런 책도 보시고 리뷰를 쓰시다니!! ^^*

물만두 2004-09-13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공짜로 들어온 책이잖아요. 저도 가끔 이런 책 읽어요.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