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Jimmy Fantasy 2
지미 지음, 백은영 옮김 / 샘터사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지하철 노선도나 아니면 지하철에 관한 지루한 이야기일 거라고 막연히 짐작을 했었다. 하지만 첫 장을 여는 순간 작가가 혈액 암 환자였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왔고 어쩌면 그의 자전적 이야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림책이었다. 너무도 아름다운... 세상에 이런 지하철, 지하 공간이 있을까 생각될 정도로 환상적인 지하철... 그리고 그곳을 다니는 열 다섯에 눈 먼 한 소녀가 있었다.

나는 울었다. 하염없이 그 소녀의 여정을 따라가며 그 소녀의 상상을 경험하며 그 소녀의 생각을 마주하며... 그건 나였다. 그리고 작가 지미였다. 때때로 내가 꾸는 많은 꿈들을 세상 사람 누구나 꾸겠지만 동질감을 느끼며 위로 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꿈이 얼마나 될까... 이 책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지하철을 떠올릴 때마다 난 그 역을 다니는 한 지팡이를 든 소녀가 생각나리라. 그 소녀의 안부가 궁금하리라. 그리고 그 소녀가 잘 있듯 나 또한 잘 있을 수 있다고 안부를 전하리라.

이 작품을 보면서 누군가는 현대인의 고독을 이야기 하지만 나는 문득 지나간 유행가 한 구절이 떠올랐다. "당신도 울고 있네요. 잊은 줄 알았었는데. 옛날에 옛날에 내가 울 듯이 당신도 울고 있네요." 인간은 누구나 똑 같다. 그러면서 다른 것을 느낀다. 그것이 인간의 매력이려나... 아니 인간은 자신만의 거울로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책 속의 몇 구절이다. "나는 희망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행운이 곁에 있다는 사실이 은근히 두렵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조심성 없이 모든 걸 놓쳐 버리고 말았다.", "언제나 넘어져 상처 난 뒤에야 비로소 알게 된다. 세상 모든 일이 억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나도 그랬다. 어릴 적, 나도 세상은 내 마음먹기에 달린 거라고 생각하며 코웃음치며 다녔다. 그래서 난 넘어졌고 알게 되었다. 세상은 결코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세상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더라도 난 내 꿈은 내 맘대로 꿀 수가 있다. 서커스단을 꿈꾸고, 비밀의 화원의 병정을 꿈꾸고, 사과나무의 탐스런 빨간 사과를 따는 꿈을 꾸고, 누군가 자신을 기다림을 꿈꾸는 소녀처럼... 누구도 고래의 등위에서 누워 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꿈을 꿀 수는 있다. 그래서 여전히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며 그 아름다움 때문에 모든 사람이 그 끈, 가느다란 끈을 놓지 않으려 애쓰는 것이다.

아름다운 책이다. 이 책을, 지미를 알지 못했다면 내 삶이, 내 책읽기가 더 공허했으리란 생각이 든다. 이렇듯 행운은 뜻하지 않게 나를 찾아온다. 난 그걸 인식하고 잡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지금 마음이 허전하고 쓸쓸하고 무력한 분들, 이 책을 보시길... 가을에 딱 어울리는 작품이라는 생각에 강력 추천한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드무비 2004-09-04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읽어보겠습니다.^^

물만두 2004-09-04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자는 얼마 없고 그림이 멋있습니다... 하지만 글이 짧지만 좋아요...

밀키웨이 2004-09-04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과 스타리님 덕에 알게 된 지미.
저도 팬이 되었답니다 ^^

물만두 2004-09-05 0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다 알고 계셨군요. 역시...

물만두 2004-09-06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그림이 소개되어 있으니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