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천국에 계신 물만두님.
저는 필명 주원이라고 합니다. (성만 뺀 본명이기도 하지만요.)
만두님은 기억 못하시겠지만 딱 한 번 댓글을 나눈 적이 있어 저로서는 잊지 못할 기억이었더랬지요.
인터넷을 안한지 오래 되서 물만두님의 부고 소식을 이제서야 들었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사이인데, 기사를 읽자마자 울음이 터져 나올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장르 문학이라는 한 우물을 깊게 파시는 모습을 보며 늘 존경하는 마음을 품어왔지만
숫기없고 말주변 없어 좋은 책 소개와 훌륭한 리뷰를 훔쳐 보면서도
감사 인사 한번 제대로 못해드렸네요. 지금은 그게 두고두고 한없이 후회가 됩니다.
비록 가까운 사이는 못되더라도 좀더 인연을 맺었으면 좋았을텐데, 하구요.
물만두님의 부고가 남다른 건 알라디너의 상징같은 존재이셨기도 하지만
만두님이 힘든 투병 속에서도 책을 사랑하고 글을 사랑하셨다는 것에 대해
깊은 감회, 아니 참회를 느껴서입니다.
실은 저도 현재 말못할 투병의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물론 만두님이 겪으신 고통에 비하면 말씀 드리기도 민망한 수준이지만
심약하기 짝이 없는 저는 나을 의지도 없이 수없이 죽을 생각만 했더랬습니다.
바깥에도 나가지 못하고 아주 최소한의 일을 제외하고는
내내 침대에 누워 자리 보전 하는 저에게 그나마 벗이 되어주는 건 책이고 글쓰기였지만,
점차 병이 악화되면서 글쓰기는 거의 포기하다시피 하게 되었습니다.
가끔은 너무 아파 읽는 것조차 어려웠습니다.
그저 멍하니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며 하루를 보내야만 했지요.
이렇게 아무것도 못하고 잉여적으로 사느니 맨날 죽자, 죽자를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어렸을 때 꿈은 어느 분야가 되든 '글쟁이' 가 되는 것이었는데,
그것도 이미 포기한지도 오래였습니다.
그런데 만두님이 돌아가시기까지의 이야기를 읽고,
너무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만두님에 비하면 저는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갈 힘이 남아있는데,
만두님의 반의 반 만큼도 그걸 쓰지 못했습니다.
평소에 느껴왔던 만두님에 대한 존경심은 이제 제게 있어 멘토가 되었습니다.
물만두님의 발끝에도 못미치겠지만, 적어도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곳, 알라딘에서 물만두님이라는 존재를 알게 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아픔의 절망보다 미소짓는 희망이 더 강하다는 것을 깨우쳐 주셔서.
진심을 다해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만두님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