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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킬러 덱스터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24
제프 린제이 지음, 김효설 옮김 / 비채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여동생 말 한마디에 꼼짝을 못하고 주눅드는 킬러, 일터에서 돌아와 아내가 만든 식은 음식을 먹으며 아내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애쓰는 킬러, 자기와 비슷하지만 자신보다 머리가 좋은 아이들에게 쩔쩔매는 킬러, 그리고 한시도 입을 가만두지 않고 농담을 하고 자신을 주시하는 경찰의 눈을 피하기 위해 애를 쓰는 킬러. 이런 모습의 킬러가 바로 덱스터 모건이다. 그런 킬러, 연쇄살인범이기때문에 이 작품이 시리즈로 잘 나가는 것이다. 이 불편하고 불안한 험한 세상이 이런 사람 한명쯤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덱스터가 리타와 결혼을 하고 에스터와 코디의 아빠로 가정을 이루어 남보기에 그럴 듯한 모양새를 갖추었다. 리타는 덱스터가 보여주는 모습만을 보는 착한 아내지만 친아버지에게 학대받고 자란 에스터와 코디는 제2의 덱스터가 되기위한 훈련을 받으려 한다. 그런데 신혼여행을 가서도 이상한 전위예술을, 그런 행위도 예술이라고 해야 하는지 암튼 그런 다리 절단 예술이라는 걸 보니 마이애미에 돌아와서도 일이 이상하게 꼬이는 것 아닌가 말이다.
난 데보라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나라도 자신이 사랑한 오빠가 연쇄살인범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경악했을 것이다. 게다가 데보라는 경찰의 임무를 충실히 지키는 경찰이 아니던가 말이다. 오빠를 받아들이기 힘든 데보라, 그렇다고 다른 살인범처럼 자기 손으로 잡을 수도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이런 때 이상한 살인 사건이 발생해서 분위기를 그야말로 암흑 그 자체가 된다. 살인보다 더 나쁜 건 살인 후 시체를 가지고 장난하는 행위다. 그런 일은 조사하는 경찰을, 데보라의 심기를 더욱 거스르고 그로 인해 조사를 하던 중 칼에 찔리는 사고를 당하게 만든다. 여기서 덱스터의 일은 꼬이기 시작한다.
연쇄살인범을 잡는 연쇄살인범이라는 소재는 의적 홍길동처럼, 배트맨처럼 다가온 것이 사실이다. 법이 해결할 수 없는 범죄자를 단죄한다니 한번쯤 생각해본 캐릭터라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의 덱스터는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시종일관 유머러스하고 약간 멍청해보이면서 단세포적인, 그러면서 아픈 어린 시절이 있던 그래서 이렇게밖에 될 수 없었던 덱스터를 좋아하지만 이 작품 속에서의 덱스터는, 덱스터의 행위는 그의 본능에 충실한 것 이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점이 오히려 덱스터를 좀 더 인간적으로 보이게 만들고 있다. 누이동생을 위해서 자신의 룰을 저버리고 무작정 덤벼들어 범인에게 오히려 꼬리가 밟히고만 덱스터, 그로 인해 다른 경찰에게까지 의심을 사게 되고 점점 그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점점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에 가슴이 저려오고, 과거의 양아버지에게 자신이 한 일에 대해 후회를 하게 되고 소중한 가족, 리타와 에스터, 코디를 지키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 자신만을 위해 살던 그의 모습에서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영웅의 모습을 느끼게 한다.
다크히어로 덱스터 모건은 이제 더욱 자신의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애를 써야 할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너무 쉽게 정체가 들어날 뻔 했다. 그보다 더욱 당찬 에스터와 코디를 가르치는 일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여기에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는 점을 몸소 보여준 리타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도 다음 작품에서 기대되는 점이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빰빠라빰~ 마지막 장면에서 거의 기절 직전까지 가게 만든 큰 일을 어떻게 감당할지가 정말 기대된다. 친절한 킬러 덱스터라기보다는 허당 킬러 덱스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