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의 기사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실질적으로 시마다 소지의 첫 작품인 이방의 기사는 작가가 너무 오래 묵혀두었다가 내놓은 작품이라 마치 미타라이 시리즈의 번외편처럼 느껴진다. 그러니까 미타라이와 그의 친구 이시오카가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가 하는 점에 초점이 맞춰진 작품이다. 아니 이시오카의 이야기만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한 남자가 잠을 자다 벤치에서 깨어난다. 그런데 남자는 자신이 누군지 알지 못한다. 그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거울을 보면 자신의 얼굴이 괴물처럼 보여 거울도 보지 못한다. 세상에 혼자 남은 것처럼 무섭고 외로운 이 남자에게 한 여자가 다가온다. 호스테스인지 기둥서방에게서 도망을 가려는 여자다. 남자는 그녀와 동거를 하며 자신의 운명이 그녀임을 느끼고 불안한 가운데 매일매일 행복을 느낀다. 그러다 그는 직장 근처의 점집에 들러 미타라이를 만나게 된다. 

여기에서 나는 미타라이가 무슨 일을 할 줄 알았다. 남자의 기억을 되찾아 주던가 아니면 남자의 과거를 알아내는데 도움을 주던가 말이다. 물론 남자는 자신을 유부남이라 생각하며 과거로 돌아가기를 꺼린다. 지금 만난 료코와의 삶을 계속 살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료코가 변한다. 다시 호스테스의 일을 하면서 남자에게 불만을 토로한다. 남자는 그것을 자신의 과거에 대한 불안으로 여기고 자신의 운전면허증에 있던 주소를 찾아간다. 거기서 남자는 기가 막힌 이야기를, 참담한 그의 과거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가 복수의 칼날을 갈 수밖에 없는. 

등장 인물들의 나이가 50년대생이라 의아했는데 작품은 1979년에 쓴 <점성술 살인사건>보다 앞선 작품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 복수 이야기는 신파같은 느낌이 들어 시마다 소지가 왜?라는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하지만 거기서 끝났다면 정말 작가의 습작으로 치부되었을텐데 추리소설은 꼬아야 제맛이라고 반전에 반전을 더하며 이야기를 점점 시마다 소시식 미타라이의 장광설에 더해 첫사랑이라는 아름다운 테마를 놓치지 않고 끝까지 끌고 가고 있다. 이것이 아마도 뒤늦게 발표했어도 호평을 받으며 <점성술 살인사건>을 제치고 독자들이 선정한 미타라이 시리즈 가운데 가장 재미있는 작품으로 뽑힌 이유가 아닌가 싶다. 

이시오카에게 그런 아름다운 사랑이 있었다니 이시오카가 다시 보인다. 이방의 기사는 이시오카가 마지막에 돈키호테같은 미타라이와의 만남을 언급하며 미타라이를 이방의 기사인냥 추켜세우지만 이방의 기사는 이시오카다. 료코의 기사, 료코의 이방의 기사이기 때문이다. 역시 미타라이 시리즈에서 이시오카가 없으면 안되는 이유가 있었다. 냉정한 미타라이와 인간적 온도차이를 맞추려면 이런 열정을, 사랑을 마음 깊이 품고 있는 이시오카가 반드시 작품에 인간적인 면을 많이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아, 정말 이시오카의 로맨스만으로도 충분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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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10-05-20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와정의 이시오카 이야기네요.용와정 읽으면서 좀 황당했었는데...미타라이가 전 마지막에라도 나올줄 알았는데 결국 이시오카가 해결했지요. 재밌겠네요.

물만두 2010-05-20 15:14   좋아요 0 | URL
처음엔 그닥... 이러다가 마지막에 마음에 드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