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의 창 노블우드 클럽 6
존 딕슨 카 지음, 임경아 옮김 / 로크미디어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존 딕슨 카, 또는 카터 딕슨의 필명으로 활동한 작가는 많은 탐정을 창조했다. 방코랑 경감은 그의 첫 작품 <밤에 걷다>, <해골성> 등에 등장해서 경찰 특유의 발로 뛰어 증거를 찾아 입증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프랑스 경감이다. 기디온 펠 박사는 <모자수집광 살인사건>, <구부러진 경첩> 등의 작품에 등장해서 불가능한 사건을 탐정 특유의 추리로 풀어낸다. 그리고 이 작품에 등장하는 헨리 메리베일 경은 변호사로 법정에서 사건을 풀어내는 탁월한 능력과 독설로 유명하다. <유다의 창>은 딕슨 카의 독자들과 고전 추리소설 독자들이 오랫동안 출판되기를 기다린 작품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읽고 아까운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지미 엔스웰은 장인이 될 에이버리 흄을 만나러 간다. 그는 무뚝뚝하게 그를 맞이하고 그가 건네 준 술을 마시고 그는 의식을 잃는다. 그리고 깨어났을때 그의 옆에는 에이버리 흄이 죽어 있었고 그는 자신이 용의자가 될 처지에 놓였음을 깨닫게 된다. 왜냐하면 그들은 밀실에 단 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것을 체념하지만 그래도 무죄를 주장하고 헨리 메리베일 경이 이 너무도 뻔해 보이는 사건을 맡아 엔스웰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나선다. 

모든 것은 법정에서 시작되고 법정에서 끝이 난다. 이 작품은 법정 미스터리를 가장 잘 보여주는 수작이다. 검사측은 한치의 용의자의 유죄를 의심하지 않고 증인들의 증언은 그가 살인자임을 알려준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에 맞춰 증인들을 내세우고 배심원들에게 유죄를 증명한다. 반면 용의자의 변호를 맡은 메리베일 경은 검사의 증거를 반박하고 다른 증인을 내세워 자신의 변호인이 무죄임을 증명한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핵심이 바로 유다의 창이다. 세상에 유다의 창이라니. 밀실 트릭의 대가가 밀실을 만들어 놓고 독자들에게 유다의 창을 찾으면 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헨리 메리베일 경의 히든 카드가 바로 그 유다의 창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비 장인은 죽고 예비 사위의 코트에서는 총이 발견된다. 그들은 싸운 듯 보이고 방 안의 화살이 살인 도구로 쓰인다. 밀실에서, 밀실이 확실한 방에서 한 남자는 살해당하고 한 남자는 남아 있다. 그런데도 헨리 메리베일경은 화살에서 사라진 깃털 조각만을 찾고 부정확한 것들을 정확하게 사실적으로 보여지게 하려 또 다른 증거를 수집한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려는 그에게 단 한가지 난제가 있다면 그것은 용의자의 갑작스런 죄를 인정한 발언뿐이다. 이런 모든 악조건속에서 묵묵히 자신이 할 일만을 위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아가는 헨리 메리베일 경의 추리와 변론은 점점 유다의 창을 찾아 다가간다. 그 과정에서 차츰 등장 인물들의 가려진 관계가 밝혀진다. 

검사와 변호사가 서로 심문하고 반박하고 증거를 내세우고 그 증거를 무효로 만드는 과정을 작가는 독자에게 잘 묘사해서 보여주고 있다. 마치 법정에서 있는 느낌을 준다. 여기에 각각의 증인들의 증언이 진실인지 거짓말인지 가려내는 묘미와 핵심이 범인을 찾는 것이 아닌 용의자가 된 지미 엔스월의 무죄를 입증하는 점에 있음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 점이 매력적이다.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행동하며 논리적으로 증거를 제거하고 다른 증거를 내놓는 메리베일 경의 솜씨는 신기에 가깝다.  

약간 답답했던 방코랑 경감, 너무 오컬트적이었던 기데온 펠 박사와는 전혀 다른 현실적이면서 역시나 잘난척하는 헨리 메리베일 경은 존 딕슨 카의 작품들이 얼마나 더 무궁무진하게 읽을 작품들이 많은지를 알려주고 있다. 정말 헨리 메리베일 경 시리즈만이라도 다 나와준다면 좋겠다. 여기 법정 미스터리의 선구적 작품이 있다. 대가의 작품을 만끽하시길. 법정 미스터리와 밀실 트릭의 오묘한 조합이 주는 매력만점의 미스터리였다. 역시 존 딕슨 카는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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