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자들 메두사 컬렉션 2
제프리 디버 지음, 남명성 옮김 / 시작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어두운 밤, 인적이 없는 숲 속 별장에서 쉬러 온 부부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한다. 그 직전 남자는 911에 전화를 걸어 한마디를 남긴다. 그 한마디를 단서로 보안관은 집에서 쉬는 부보안관 브린을 잠깐 별장을 살펴보게 한다. 정말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하고 간 곳에서 브린은 두 남자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그들이 쫓던 피해자들의 친구를 만나 도망을 다니게 된다. 어둠 속에서 적이 어디서 나올지도 모른 채 마냥 도망가야 하는 모습과 동물적 감각과 급히 만든 나침반에 의지해서 속고 속이는 모습은 정말 스릴 만점이었다. 그 아슬아슬함은 읽는 이의 등에도 땀이 흐르게 만든다. 

마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이 읽었다. '위험해.', '피해.'라고 외치는 나를 발견했다. 책이 너무 생생하게 묘사되서 숲 속에서 내가 쫓기는 느낌이 들었다. 읽으면서 아니 왜 혼자 보낸 거냐고, 원래 경찰은 2인 1조로 움직이는 거 아냐? 라고 화풀이를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끔 혼자 범인을 검거하려다가 범인에게 당한 경찰의 안타까운 소식을 뉴스에서 듣곤 하니까 픽션을 너무 사실적으로 받아들이고 말았다. 여기에 노동조합장이라는 인물을 등장시켜 어떤 비리가 있는 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들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브린 매켄지라는 부보안관이 이야기를 이끌고 있다. 브린은 캐릭터적으로도 마음에 드는 인물이다. 시리즈가 나와도 좋을 것 같은 매력적인 여성 경찰이다. 여기에 조경일을 하면서 재혼의 위기를 겪는 남편 그레이엄의 상반된 성격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물론 추격신에서 보여준 하트와 콤프의 조화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브린과 비슷한 느낌을 풍기며 브린에게 집착하게 되는 하트의 캐릭터는 범죄자의 또 다른 성공적 캐릭터의 창조라고 할만 하다. 숲속에서의 추격 장면은 정말 대단했다. 그런 스릴은 좀처럼 느끼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로 좋은 작품이었다.   

작품의 대부분을 숲 속에서 한 밤중에 쫓고 쫓기는 장면에 쓰고 있는데 거기에서 오는 긴박감이 대단하다. 그 짧은 시간에 살려는 자의 의지와 죽이려는 자의 의지가 기지를 발휘하게 만들어 속고 속이는 살벌한 투쟁속에 몰입하게 만든다. 두 여자와 두 남자, 무장하지 않은 여자들과 총을 가진 남자들, 경찰과 살인청부업자의 대결이라는 상반된 입장이 그들만의 연합전선을 구축하게 한다. 하지만 제프리 디버는 마지막에 대반전을 남겨두었다.  

거기에서 멈췄더라면 스릴은 만끽할 수 있었겠지만 남는 것은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의 결말은 그 숲 속에서의 생존 투쟁을 무색하게 만들고야 말았다. 생각해보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생존투쟁이다. 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숲 속에서 청부살인자에게 쫓기는 경험을 하겠는가. 그러므로 이 대 반전은 작가가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명확하게 알려준다. 처음의 스릴과는 또 다른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아주 중요한 장치라는 것이 숲 속의 장면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전해진다.   

하긴 사람이 꼭 어떤 직접적인 위협이 있어야만 삶에 대한 공포를 느끼는 건 아니다. 남편과의 사이가 안 좋은 브린은 첫 남편이 폭력 남편이었던 관계로 아직도 맞아서 성형한 턱을 쓰다듬고 있는데 그걸 재혼한 남편에게 말하지 않았고 아들에게도 너무 관대해서 과잉보호하거나 마치 빚이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며 남편과 아들이 친해질 여지를 주지 않는다. 그런 아내의 마음을 열지 않는 모습에 남편 그레이엄은 상처를 입는다. 가족이 아닌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그래도 아내가 너무 늦은 시간까지 돌아오지 않자 아내를 찾아 나서는 의붓 아들 조이 대신 아내를 찾아 나서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한번 벌어진 상처가 아물기 위해서는 대화와 시간이 필요하다. 

남겨진 자들이라는 제목은 의미심장하다. 작품 속에서 피해자를 죽이려고 사주한 범인이 누구인지 남겨진 자를 궁금하게 만들고, 그러는 한편 피해자들 말고 목격자라는 남은 제거해야 하는 대상을 의미하기도 한다. 사건을 완벽히 하려면 남겨진 자가 있어서는 안되니까. 거기에 삶에 남겨진 자들이 있다. 남겨져 섞이기를 바라는 자들이 이어가려는 삶의 모습. 작가의 반전이 조금 색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이런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역시 제프리 디버는 제프리 디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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