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의 루머의 루머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5
제이 아셰르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0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살 사건이 연이어 뉴스에 보도되고 있다. 그리고 학생들의 성적 비관이나 왕따 문제로 인해 자살한 사건도 계속 나오고 있다. 그런 사회 현상과 맞물려 이 작품을 읽게 되니 좀 묘한 느낌이다. 루머에 의해 자살한 여학생이 남긴 테이프가 배달된다. 그 안에는 그녀가 자살하게 된 이유들과 원인을 제공한 아이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클레이는 해나를 좋아했지만 좋아한다고 고백하지 못했다. 그런 그는 무슨 잘못을 해서 이 테이프를 받게 된 것일까?

테이프를 다 듣고 다음 사람에게 전달하라는 메시지가 있다. 만약 전달하지 않는다면 복사본 테이프가 공개될 거라고 협박하고 있다. 해나 베이커는 이미 죽었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거지? 클레이는 해나가 남긴 지도의 별표가 표지된 곳을 따라가며 해나의 녹음된 진짜 이야기를 듣는다. 해나의 녹음된 이야기와 그 이야기에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해나를 생각하며 이해하려 애를 쓰는 클레이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전개된다. 테이프 한 면이 한 챕터를 이루며 전개된다. 마치 두 사람이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듯한 느낌을 갖게 만든다. 

루머로 인해 괴로워하고 따돌림에 속상해 하고 누구도 믿지 못해 친구 사귀는 것조차 겁이 나는 해나와 그 루머를 퍼트린 아이의 마음은 전혀 다르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이 다르듯이.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어도 돌을 던진 아이는 그걸 모른다. 안다고 해도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만다. 루머에 대한 파장을 알았다면 그런 일을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은 또 그저 생각일 뿐이다. 루머는 그래도 누군가의 입을 통해 퍼져나가고 피해자는 해나와 같은 피해자는 늘 있게 마련이니까.  

죄책감을 가져야 하는 아이들이 이런다고 죄책감을 갖는다면 애초에 그렇게 뻔뻔하게 학교 생활을 하지는 않았을 거다. 누군가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잡아달라고 말은 왜 못했니? 자살이 그것보다 쉬워서 그랬니? 살다보면 고비라는 게 있게 마련인데 그 고비를 넘지 못하고 말았구나. 그런데 난 네 아픔에 공감은 하지만 네 자살에는 공감하지 못하겠다. 아이들이 너에 대해 루머를 퍼트려서 널 괴롭혔다면 너도 마찬가지로 누군가를 믿지 않았으니까.  

테이프 속에서 들려오는 자살한 여자 아이, 자신이 좋아했던 여자 아이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건 끔찍한 일이다. 단 하룻밤을 새워 자살까지 이르는 해나의 과정을 들으며 클레이는 자책한다. 그리고 눈물을 흘린다. 우린 모두 알 수 없는 존재들이다. 해나가 아이들이 자신에게 그러는 걸 이해하지 못했듯이 이 테이프를 듣는 아이들도 해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클레이와 달리 원망하는 아이들이 더 많지 않을까 생각된다. 왜냐하면 인간은 누구나 방어적이고 이기적이니까. 그래도 마음 한편으로는 클레이와 같은 아이들이 더 많기를 기대한다. 

루머를 퍼트린 아이는 재미로, 장난으로 그랬지 모른다. 그리고 루머를 하나의 힘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루머에 대해서는 피해자만의 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 하나쯤이야 라는 생각보다 내가 한 작은 말실수가 누군가를 벼랑끝에서 밀어버리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조심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한다. '나'와 '너'는 결코 다른 인물이 아님을 루머의 루머의 루머를 통해서 이해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