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센트 1 Medusa Collection 7
제프 롱 지음, 최필원 옮김 / 시작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인간들의 땅 여기저기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어떤 이는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어떤 이는 전쟁 중에 참혹한 경험을 하게 된다. 어떤 이는 원시 부족들의 풍습에서 기묘함을 느끼고 어떤 이는 고대 유물의 훼손을 목격한다. 그리고 그들은 지하 세계가 있음을 알게 되고 그곳에 인간이 아닌 다른 종이 살고 있음을 알게 되어 그곳을 탐사하러 간다. 사람들의 생각은 제각각인지라 학문적인 이유로 가기도 하고 과학적인 이유로 가기도 한다. 또한 그곳을 식민지로 만들 계획을 세운 이도 있고 사탄의 존재를 찾기 위해 합류한 이도 있다. 

작가의 상상력이 놀라운 땅 밑 세계를 만들어 내고 헤이들이라는 인류와 다른 유사한 종을 만들어 냈다. 인간은 끊임없이 사탄을 찾고 있다. 하지만 사탄이란 무엇인가, 지옥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고 있다. 인간의 이기심,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배척하며 파괴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은 천국인가. 그들이 믿는 신은 올바른 신인가를 묻게 만든다. 물론 내 생각은 종교적인 관점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은 파괴적 동물이다. 자기만의 문명을 건설하기 위해 다른 종을 멸종시키는 존재다. 그런 존재가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와의 공존을 모색할 리 없다. 타협의 여지가 없는 인간 본성에 대한 문제인 것이다.  

인간의 문명 이전에 인간보다 더 놀라운 문명을 누리던 이들이 있었다. 그것도 인간이 사는 땅, 바로 그 아래에. 고대 문명을 대할 때 인간은 그 경이로움에 놀란다. 그리고 인간은 아직까지 자신들의 과거, 아주 오랜 역사적 과거에 대해 모르는 것이 더 많다. 그러니 이런 작가의 상상력이 사실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리라. 두꺼운 책이 너무 빨리 읽힌다. 속도감도 있지만 작가의 글솜씨가 놀랍다.  

여기에 아이크와 앨리의 사랑이 양념으로 섞여 독자로 하여금 마지막까지 긴장을 풀지 못하게 한다. 아이크는 헤이들에게 잡혀 노예 생활을 하다가 군인들에게 다시 잡혀 헤이들을 잡는데 도움을 주게 되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게 된 반역자 낙인이 찍힌 인물이다. 앨리는 수녀로 언어학자다. 그녀는 작은 비밀 모임에서 임무를 부여받고 지하 탐험대에 뛰어든 여전사의 이미지로 그려지는 인물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반전은 기겁을 하게 만든다.  

책을 보는 도중 뉴스에서 독일의 문서보관건물이 무너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깜짝 놀랐다. 이 얼마나 절묘한 타이밍인지. 책을 진짜로 느낄 뻔 했다. 아니 어쩜 이것은 허구가 아닌지도 모른다. 누가 지구 속을 들어가 봤어야 말이지. 지구 속의 땅도 식민지로 만들어 지배하고 그곳에서 살려고 하는 인간들의 모습은 놀랍도록 직설적이고 현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아마 진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인간은 이러고도 남을 것이다. 아마 전쟁도 불사할 것이다. 인간이 얼마나 금방 원시로 돌아갈 수 있는지, 인간이 얼마나 잔인한 존재인지 인간이 존재하는 곳이 바로 지옥이 아닌가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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