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첵 필립 K. 딕의 SF걸작선 4
필립 K. 딕 지음, 김소연 옮김 / 집사재 / 2004년 1월
평점 :
품절


아, 출판사의 얍삽함이라니... 그렇게 멜 보내 3편은 언제 나오느냐 하고 물어도 답변이 없더니만 영화가 개봉된다니 서둘러 4권 먼저 내고 3권을 내는구만... 그래도 감지덕지 보기는 하지만 독자를 우롱하는 듯한 마음에 보면서도 썩 기분이 좋지는 않다.

이 책에는 모두 8편이 수록되었는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가 보지 못한 작품들뿐이라는 것이다. 기대가 컸던 '페이첵'은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그래도 중편 정도의 분량은 되었는데 완전 단편이다. 이런 단편으로 영화를 만들려면 오우삼, 머리 좀 아팠을 것 같다. 깔끔한 단편이다.

하지만 내가 정작 관심을 가진 작품은 '황혼의 아침 식사'다. 그의 장편 <높은 성의 사나이>를 봤다면 알겠지만 그는 만약 2차 대전에서 독일이 승리했다면 하는 가정을 많이 하고 작품을 썼다. 또 하나는 구소련과의 전쟁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쓴 작품들이다. 이 작품은 후자에 속하는 작품인데 이런 일련의 작품들과 그의 삶을 엿보다 보면 작가가 심한 편집증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전쟁을 몹시 혐오했다는 것도 알 수 있고... 그래서 우린 이렇게 좋은 작품을 읽으니 좋지만 작가는 얼마나 괴로웠을까 생각하니 작가가 안쓰러운 생각마저 든다. 그가 좀 더 살아 소련의 붕괴도 보고 통일 독일도 봤다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그래도 그는 자신의 나라에 불만이 많았으리라. 지금 그의 나라에서 일어나는 작태를 보면... 작품을 읽으면서 나는 그가 혹시 매카시즘의 희생자는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니면 그런 의심을 받고 작품 속에 아니라는 표현으로 소련과의 전쟁 이야기를 우회적으로 빗대어서 하는 것인지도. 그러면서도 그는 독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 어떤 독재, 심지어 민주주의로 포장된 독재라 하더라도... p35에 쓰여 있는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사람은 저절로 선한 편이 된다는.' 이 말이 참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인 것 같다.

'가짜 아빠'는 '사기꾼 로봇'과 비슷한 작품이었지만 좀 가벼운 작품이었고 '우브는 죽지 않았다'는 색다른 느낌의 작품이었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은 그의 또 다른 작품 '우리라구요'를 연상시키는 작품이었고 '작은 도시'는 그의 다른 작품 '퍼키 팻의 전성 시대'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다.

아, 빨리 3권 <사기꾼 로봇>의 다른 작품들도 읽고 싶다. 그리고 계속 작가의 단편이 계속 출판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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