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 아이
레슬리 글레이스터 지음, 조미현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Honour Thy Father... 이것이 이 작품의 원제목이다. 그런데 어떻게 <네번째 아이>로 둔갑을 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 네 번째 아이는 조지를 말하는 것인가... 조지가 이 작품의 모든 불행, 화자인 밀리의 불행의 원인이라는 뜻인가... 사생아, 근친상간, 살인, 기형아 같은 고딕 소설의 요소들이라... 세 가지는 맞는데 한가지는 아니다. 근친상간은 어디에도 없지 않은가...

이 작품은 아버지에 의해 끝까지 괴롭힘을 당하는 네 자매의 이야기다. 그는 자신의 아내가 이미 결혼할 때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채 결혼했다는 것을 알고 아내를 학대하여 자살하게 만든다. 그 후 그는 아이들 네 명을 집에만 가둬 두고 사회와 단절시킨다. 그리고 자신의 아이가 아니며 아내를 닮은 큰딸을 강간해서 사생아이자 기형아를 낳는다. 둘째 딸이자 화자인 밀리는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그를 전쟁터로 데려가 죽게 만든다. 쌍둥이 막내인 엘렌과 에스터, 그들은 엘레네스터라고 부르는 이들은 자신들만의 틀 속에 사는 아이들이다. 기묘한 네 명의 딸들이 이제 다 늙어 죽기만을 바라지만 그들의 유일한 탈출구는 집이 붕괴되어 그들의 머리 위를 덮치는 것뿐... 그들은 그 때를 조용히 맞이한다.

처음 이 작품을 읽을 때 'The Others'를 생각했다. 이들이 혹시 유령 아닐까... 아니라면 왜 한 곳에서 이렇게 살수밖에 없었을까... 그것은 제목처럼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그들의 아버지 때문이었다. 이 작품이 고딕적이라는 것은 사생아, 근친상간, 살인, 기형아 때문이 아니다. 죽어서도 그들 위에 군림하는 그들의 아버지 때문이다. 19세기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 그래서 고딕적인 딱딱하고 음침하며 스산한 기운을 내뿜는 것이다. 독재라는 악마가 살아 숨쉬는 집에서 네 명의 여자가 다시 한 명의 아이를 지하실에 가둔 채 살기 때문이다. 가끔 그들은 옛날을 회상하지만 그 옛날도, 그 기억도 어두울 뿐이다. 탈출구가 없는 삶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희망 없는 삶에 대한 한 노파의 회상을 담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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