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 브루더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김운비 옮김 / 문학동네 / 1997년 12월
평점 :
절판


어떤 작품은 사서 읽기 아까워 아끼고 아끼다 읽기도 하고 어떤 작품은 괜히 샀다 싶어 미루고 미뤘다가 읽게 되기도 한다. 이 작품은 후자의 경우였다.

개인적으로는 유태인이 싫을 이유도 없고 반유태주의자도 아니지만 유태인이 등장하고 아우슈비츠 이야기가 등장하는 작품을 대하게 되면 가슴속으로 무언가 치밀어 오름을 가눌 수 없게 된다. 아픔은 겪어 본 자만이 공유할 수 있다고 했다. 유태인은 역사적으로 많은 아픔을 간직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지금 팔레스타인 땅을 점거하고 자신들의 이스라엘 깃발을 꽂고 그들을 마치 자신들이 그 옛날 누군가에게 당했던 분풀이를 하는 것처럼 잔인하게 대하는 것을 보면 이들이 왜 이럴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도라 브루더... 안네 프랑크와 같은 소녀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역사 속에 묻힌 가여운 소녀다. 파트릭 모디아노는 그녀의 자취를 찾아 헤맨다. 왜 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이 유태인이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에게 유태인이 당한 일을 잊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에게 들려주고 싶다. 어떤 이가 또 다른 도라 브루더를 찾아 나설 것이라고... 그녀는 팔레스타인 소녀이며, 도라 브루더 만한 나이에 이스라엘 병사가 쏜 총에 맞아 영문도 모른 채 도라 브루더가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사라졌듯이 어딘 가에서 사라져 그녀의 부모는 그녀를 찾는 광고를 신문에 낼 것이고 파트릭 모디아노라는 한 팔레스타인 작가가 그녀를 찾아 세상 어딘가 이스라엘 땅을 헤매고 다닐 것이라고...

왜 당신은 지금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행하는 작태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는 것인가 작가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1943년 실종된 유태인 소녀는 찾아 헤매면서 그 소녀와 같이 죽어 가는 다른 소녀에 대해서는 왜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것이냐고...

이것이 당신이 헤매는 이유인가... 역사란 어차피 승자의 편에서 쓰여지는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 너무 많은 눈들이 있는 시점에서 승자의 편에서 쓰여질 역사란 존재를 잃었다. 패자도 역사를 쓴다. 이 사실도 잊지 말기를...

또 한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그 당시 유태인보다 더 많이 인종 청소를 당한 이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집시다. 당시 유럽의 집시들 중 80%가 사라졌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도 이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는다. 결국 인간이란 제 상처만 아파하고 핥는 존재인 것이다. 그런 존재인 것을 무엇을 찾아 헤맨들 그것이 자신이 찾는 것인지 어떻게 알 것이며 온 생애를 헤매어 자신이 찾는 것은 찾았다 한들 무엇할 것인가...

파트릭 모디아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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