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사냥하는 자들 그리폰 북스 4
바버라 햄블리 지음, 이지선 옮김 / 시공사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뱀파이어하면 생각나는 작품은 앤 라이스의 뱀파이어 시리즈다. 뱀파이어나 환상 작품을 덜 선호하는 편이지만 이 작품에 선뜻 손이 간 것은 이 작품이 취하는 방식 때문이었다. 뱀파이어들이 누군가에게 살해 - 이미 죽은 그들에게 살해란 말은 좀 그렇지만 - 당하는 일이 계속 발생한다. 현존하는 가장 나이 많은 뱀파이어 중 한 명인 이시드로는 범인을 잡기 위해 탐정을 고용한다. 그것도 인간을... 그에게 찍힌 탐정은 전직 첩보원 출신의 언어학 교수인 애셔 교수... 그가 그 임무를 수행해야만 하는 이유는 아내의 목숨이 달렸기 때문이다. 사상 초유의 뱀파이어에게 고용된 탐정 애셔는 뱀파이어를 살해하는 자를 찾아 동분서주한다. 한편 이시드로 몰래 애셔는 아내 라디아와 함께 와서 아내를 숨겨 두고 아내의 도움을 받는다. 그녀의 의사로서의 호기심 때문이지만... 애셔는 이시드로의 보호 아래 조사를 한다. 범인은 인간일 수도 있고 뱀파이어일 수도 있다. 그것도 그들이 모르는 이시드로보다 더 오래된 뱀파이어일 수도...

이 작품은 인간이 얼마나 사악한 존재인가를 깨닫게 하는 작품이다. 또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이며 인간이 바라는 영원불멸이라는 것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를 말해 주고 있다. 이 작품의 배경은 1907년 가스등이 밤을 수놓는 런던이다. 이 작품은 SF 작품이 아니라 환타지 작품이다. 환타지 장르 중 가장 선호하는 소재인 뱀파이어와 추리적 기법이 적절히 배합되어 한 권의 재미있고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 냈다.

살기 위해서는 먹어야 하는 인간과 살기 위해 인간의 피를 마셔야 하는 뱀파이어... 그들은 진정 다른 존재일까... 인간은 인간을 먹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다. 다른 것, 인간 이외의 것은 먹어도 된다고 가르친다. 뱀파이어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먹어도 되지만 뱀파이어는 먹어서는 안 된다. 그것을 가르는 경계는 무엇일까... 통돼지 바비큐를 보며 인간보다 더 우월한 종이 있어 인간을 통인간 바비큐로 만든다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해 봤다. 또한 채식 주의자나 모피 입기 반대 주의자, 동물 보호자들이 주장하는 것을 들으면 그렇다면 소리 내 우는 동물은 불쌍하지만 소리도 내지 못하는 식물은 불쌍하지 않다는 것이란 말인지도 생각했다. 상추가 자신의 이파리를 하나씩 뜯길 때마다 고통스러워하는데 아둔한 인간이 그들의 피부가 찢기는 고통에 울부짖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해서 죄가 안 되지는 않을 터... 이러니저러니 해도 인간이나 뱀파이어나 살아야 하고 살기 위해서는 먹어야 한다. 그러면서 무언가를 따진다는 것, 그것이 더 우스운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단치도 않고 죄 많은 인간은 참 말도 많은 것 같다. 역자 말대로 뱀파이어나 인간이나 오십보 백보요, 뱀파이어는 인간을 비추는 거울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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