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르부르의 저주 - 귀족 탐정 다아시 경 1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6
랜달 개릿 지음, 강수백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시공사에서 출판된 <다아시 경의 모험>을 가지고 있는 입장에서 이 책을 산다는 것은 참으로 망설여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사고 말았다. 단지 딱 한편이 더 추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냐하면 이 책을 사는 것을 이 책을 출판해 준 출판사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출판사에서 조금씩 출판이 늦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다아시 경 시리즈를 모두 출판할 예정이라고 하니 부디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 한 권을 사서 다아시 경 시리즈 전부를 읽을 수만 있다면 그렇게 비싸다거나 지나친 대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역사를 다룬 작품 중 최고로 꼽히는 랜달 개릿의 다아시 경 시리즈 1편이다. 이 작품에도 예전에 시공사에서 그리폰북스의 목록으로 <다아시 경의 모험>이란 제목으로 펴낸 적이 있었는데 그 목록에서 <전쟁 마술>이라는 단편 하나를 추가해서 완성도를 높였다. 역자가 예전 그리폰북스를 편찬했던 그 분이라 그리폰북스처럼 도중에 그만둘까 두렵기도 하지만 역자가 이번에는 그 실패를 교훈 삼아 야심차게 만드는 것 같아 믿어 보기로 했다. SF 총서 목록도 마음에 들고.   

환상적이지 않은,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병렬 세계를 구축하고 다아시 경이라는 유능한 탐정을 등장시키고, 절대로 없어서는 안되는 탐정의 조수로 마술사 마스터 숀이라는 특이한 인물을 선보인 랜달 개릿의 작품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로는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독특한 경험을 안겨 주었다. SF에서 사용되는 대체역사, 즉 병렬 세계는 다소 일반인들에게 어렵게 다가오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일종의 정교한 역사창조이기 때문이다. 그런 어려움이 깨지고 일반인들에게 쉽게 다가온 작품은 우리가 모두 열광한 해리포터 시리즈를 보면 알 수 있다. 그 작품은 지금의 세계속에 절묘하게 중세 마법의 세계를 접목시켜 사실감과 환상적 요소를 모두 치우침없이 만족시키고 있다. 

시대는 20세기 중반이지만 아직도 가스등이 있고, 마차를 타고 다니는 시대다. 그들에게 과학은 마술의 발달이다. 무엇보다 세계는 영어권의 모든 국가가 한 나라로 제국을 건설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과 프랑스가 한나라이고 미국과 캐나다는 뉴 잉글랜드, 뉴 프랑스로 나타난다. 그들은 영불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텔레슨이라는 통신기구로 연락한다. 말하자면 중세시대와 현대의 교묘한 접목으로 읽다보면 아주 그럴 듯해 보인다. 물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인공 다아시경이다. 그는 프랑스를 다스리는 노르망디 대공의 주임 수사관이다. 제국에서 가장 유능한 수사관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또한 그들은 마술을 사용해서 추리한 것의 결정적 증거를 찾는다. 그래서 그의 조수는 마술사인 마스터 숀인 것이다.  

현재는 미래이지만 그 미래인 현재의 모습은 19세기 서양의 모습 그대로다. 시간의 혼돈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작품이다.하지만 범죄가 발생하면 형사처럼, 탐정처럼 다아시 경이 수사 반장처럼 맡아 처리하고 그 방법이 마술사에 의한 마술을 통해서다. 사건이 발생하면 다아시경은 마치 형사 반장처럼 출동하고 검시나 단서를 찾는 것은 그의 아래에서 근무하는 마법사 마스터 숀이 한다. 여기서는 검시관의 역할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마법으로 살해되기 전의 상황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마법과 과학적 추리가 공존하는 세계. 마법이 과학인 세계 안에서 다아시경은 어떻게 범인을 잡는지, 범인에 대한 처리는 어떻게 하는지 셜록 홈즈가 등장할 것 같은 가스등이 밤거리를 수놓는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마지막 작품인 '전쟁 마술'은 다아시 경 시리즈 마지막 편이다. 그런데도 이 작품이 이 책에 실린 것은 출판사의 상술일 수도 있겠지만 다아시 경이 열 여덟이라는 아주 어린 나이로 등장하는 작품이라는 가장 다아시 경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볼 수 있기도 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에서 다아시 경은, 이때는 다아시 소위지만. 나중에 법정 마술사가 되어 자신의 수사에 도움을 받는 마술사 쇼 오 로클란 하사를 만난다. 다아시 경의 사생활이 잘 드러나지 않는 이 시리즈에서 이 작품은 그래서 소중한 느낌을 준다. 다아시 경의 젊은 시절과 그의 아버지였던 대령, 그리고 그의 예리한 탐정적 시각이 처음으로 발휘되는 작품이다.  

대체 역사에 대한 SF 작품들이 제법 출판되고 있는 요즘이지만 이 작품 만한 작품은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을 다시금 해 본다. 이 작품을 능가할 기상천외하고 기발하며 대단하고 완성도 높은 작품은 이 시리즈가 최고가 아닌 가 싶다. 만약 이 책을 읽지 않고 지났다면 억울해서 죽었을 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생각까지 했다. 추리 소설과 SF 소설, 역사 소설 모두를 혼합한 걸작. 안 읽으시면 후회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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