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104
유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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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동하면 생각나는 것이 하나 있다. 대학 입학시험 때 내 뒤에서 시험을 보던 이름도 모르는 아이가 구정 고등학교 출신이었다. 압구정동은 원래 한명회의 호를 딴 정자가 있던 자리에서 유래된 지명이다. 그의 호는 압구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학교라는 학문 기관의 이름이 압구 고등학교도 아니고 구정 고등학교란 말인가. 이것이 압구정동의 실체다. 내용은 아무 곳에도 없고 포장지만 찬란하게 나풀거리는 곳. 바로 휘황찬란한 우리 나라 제일의 거리인 것이다. 그래서 압구정동에는 절대 가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침을 뱉고 싶어질까 봐. 그곳에 가면 자유냐, 방종이냐의 사이에서 나도 모르게 헤매게 될 게 분명하니까. 바람 부는 날이면 더더욱 그곳엔 접근하지 않는다. 휘청거리다 바람에 날려 어딘지 모르는 곳에 쳐 박혀 절대로 나올 수 없게 될까 두려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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