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
매트 코헨 / 삼문 / 1997년 7월
평점 :
절판


김상용 시인의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오>라는 시가 있다.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오. / 밭이 한참갈이 / 괭이로 파고 / 호미로 김을 매지요. /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 강냉이가 익걸랑 / 함께 와 자셔도 좋소. / 왜 사냐건 / 웃지요.

이 시를 읽으면 자연에 대한 편안함이 아니라 인생에 대한 포기와 허무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왜 일까...

플로베르의 작품처럼 등이 필연적으로 파멸의 길을 걷게 되고 그것을 막으려고 해보지만 결국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주인공의 심정이 이런 느낌은 아니었을까... 모든 것에 대한 포기와 어떤 것도 욕심 내지 않고 그저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인생이리라. 그는 원래 그런 인간이었고 나도 원래 이런 인간이었다. 우리는 어차피 모두 비슷비슷한 인간들이고 세상은 헌책방 안이나 그 밖이나 마찬가지로 돌아간다. 도망을 가더라도 지구 끝까지 도망을 가더라도 길은 한 길이라 같은 곳으로 오게 마련이고 같은 일을 하게 마련이고 같은 사랑을 하게 마련이고 같은 절망에 빠지게 마련이다. 세월이 흘러도, 모든 것이 변한다 해도 인간이 있는 한 우리는 미래가 아닌 과거 안에서 깊이 침전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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