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로운 왕 - 지오노 선집 6
장 지오노 지음, 송지연 옮김 / 이학사 / 1999년 11월
평점 :
절판


 한 마을에서 연쇄 살인 발생한다. 사람들은 헌병대에 신고를 하고 랑글루아라는 대장이 범인을 잡기 위해 온다. 그가 온 후에도 몇 명이 더 살해당하고 목격자에 의해 범인이 이웃마을의 V씨로 밝혀진다. 그는 그를 체포하지 않고 처형하는 방법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살해한다. 아마도 그것은 그 V씨와 어떤 묵계가 있었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후 마을을 떠났던 랑글루아는 늑대 사냥 대장이 되어 돌아온다. 이제 그는 늑대를 잡는다. V씨를 살해하던 방법으로. 그리고 이제 랑글루아는 결혼을 한다. 그는 다이너마이트를 시거처럼 피우면서 자살한다.

처음 작품을 읽었을 때는 연쇄 살인범을 잡는 추리 소설로 생각했다. 하지만 랑글루아는 V씨를 너무 쉽게 잡았고 V씨가 연쇄 살인을 한 이유도 나타나지 않는다. 다음 장면에서는 V씨로 상징되는 늑대를 추적해서 잡는 랑글루아의 모습이 보이고 마지막에서는 거위를 잡는 랑글루아가 나타난다. 


이 작품이 권태로운 왕이라는 제목을 단 이유는 무엇일까. 이 작품은 현대인을 잘 묘사하고 있다. 단순히 재미나 기분 전환을 위해 살인을 하는 인간의 모습과 종래에 기분 전환 거리가 떨어지자 자기 목숨까지 살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V씨는 권태로움을 탈피할 생각으로 마을 사람들을 살해했고, 랑글루아는 그런 V씨를 단순한 기분 전환의 목적으로 살해했다. 늑대도, 거위도 그의 마음속에 있던 아내에 대한 살의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에서 V가 불어로 Voisin이라는 이웃 사람이라는 것은 이 책의 모든 생각을 대변하는 것이고 느껴진다. 이 작품은 추리 소설도, 환상 소설도 아니다. 이것은 사실적인 심리 소설이다. 인간의 내면에 늘 존재하는 권태로움, 기분 전화이라는 심리에 대한...  

 

64쪽에 랑글루아의 심리가 잘 묘사되어 있다. 

 

'우리는 50미터를 사이에 두고 한동안 이렇게 마주 보고 있었다. 이윽고 랑글루아가 한 발 한 발 걸어가서, 남자로부터 3보 떨어진 곳까지 갔다. 거기서 그 남자와 랑글루아는, 다시 한번, 서로 무언의 합의를 보고 있는 듯 했다. 거기 그대로 있는 것이 정말이지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지려는 순간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겁니까?'하고 외치려는 찰나에, 커다란 파열음과 함께 남자가 쓰러졌다. 랑글루아가 남자의 배에 권총을 두 발 쏜 것이었다. 양손으로, 동시에. '이건 사고다'하고 랑글루아가 말했다.'

 

우리는 정말 이런 V씨 같은 사람인가? 랑글루아같은 사람인가? 우리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V씨나 랑글루아는 권태로움 때문에 기분 전환으로 살인을 저지른다. 우리도 그런가? 우리가 하는 많은 일들은 단지 권태롭고 싶지 않은 단순한 이유 때문에 행해지는 것인가? 기분 전환으로 늑대를 사냥하고, 기분 전환으로 결혼을 하고, 기분 전환으로 거위의 목을 따고, 기분 전환으로 자살을 한다? 파스칼은 권태로운 왕은 불행으로 가득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불행으로 가득한 사람인가? 내가 지금 이 작품을 읽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것은 그것이 어쩌면 사실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어쩌면 사람들은 권태롭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것을 산다고 말하는 지도 모를 일이니까.  

 

마지막에 <그 누가 말했던 가? ‘권태로운 왕은 불행으로 가득한 사람이다’라고?>의 문장은 파스칼의 팡세에 나오는 문장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