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내가 했던 가장 지적인 놀이는 연습장에 모자를 그려놓고 아이들에게 이것이 무엇으로 보이냐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아이들이 모자라고 말을 하면 에이, 바보하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 나는 아주 거만하게 아이들에게 이건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야 라고 말을 하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바보는 나였는데 말이다. 내가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어떻게 상상이나 할 수 있냐구...<어린 왕자>는 내게 그런 의미였다. 중학생이 읽은 그 책은 어쩌면 이해하기 힘든 말장난에 불과 했는지 모른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아니라 지금 읽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서른 즈음에 자신을 뒤돌아보는 여유를 갖기 위해서. 셍 떡쥐베리도 이것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친구에게 말했다고 한다. 그러니 이것이야말로 19세미나 구독 불가라고 빨간딱지를 붙여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