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을 보면서 작가의 개인적인 역량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인 풍토와 역량도 중요하다고 느꼈다. 개인의 능력과 사고가 경직된 것이 아니라 사회의 경직된 분위기가 좋은 만화가 나올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재일동포 작가 이학인이 시나리오를 쓰고 대만출신 작가가 그림을 그린 이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다. 만약 이 작가가 우리 나라에서 작품을 썼다면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있었을까 의문을 가진다.삼국지라는 동양의 고전을 그린 만화는 많다. 대표적으로 <용랑전>이 있다. 하지만 그 만화는 아이들이 보는 만화다. 심오하고 철학적이면서 역사적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는 작품은 <창천항로>가 가장 탁월하다. 기존의 나관중이 쓴 삼국지를 뒤집고 조조의 중심에서 새로운 역사를 바라보게 한 작품! 작가의 뛰어난 능력을 알 수 있다.불행하게도 작가가 작품을 끝마치지 못하고 타계해서 아직 시작인 작품이 끝까지 갈 수 있을 지 우려가 되지만 이렇게 튼튼한 토대 위에서라면 끝까지 좋은 작품으로 남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