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별곡 1
김은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8년 9월
평점 :
품절


동경(憧景)은 어떤 형태를 띠고 있나
우정이 갖는 향기는 무슨 향일까
용기는 어느 정도의 무게이며
사랑은 어떻게 아픔을 가져올까
우주는 얼마만한 공간이며
바다의 깊이는 또 얼마나 되나
시간은 어느 만큼의 빠르기일까

열 일곱 이라는 나이는 무엇이든 불확실하다. 자신에게도 자신이 없고 자신의 사랑에도 자신이 없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단 하나의 확실한 존재는 늘 함께 하는 친구뿐이다. 부모의 품을 잽싸게 빠져나가서 자신의 주변에 희한한 울타리를 치고 암호를 아는 사람만 들여보낸다. 그래서 그들은 우정과 사랑이 어떻게 다른지 알지 못하고 자신들의 아픔을 어떻게 치유해야 하는 지도 알지 못한다. 그건 저절로 낫는 병이지만 그래도 가슴에 상처를 남기고 평생 기억 속에서 따끔거린다.

서른 셋이 되어 주변을 보니 그때와 다르지 않은 자신을 보게 된다. 우정을 알고 사랑을 알았지만 여전히 바리케이트는 존재하고 인생은 또 다른 깊이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시간이 얼마나 빠르냐고 ? 열 일곱의 시간은 아마 하루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는 것이었겠지. 아버지는 육십의 나이에 시간은 일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는 거라고 하더군. 그 중간에 서 있는 내게는 아마 한 달이 그런 모양으로 사라지는 거겠지.

난 이 말은 하지 않게 될 줄 알았어. 하지만 나도 이 말을 하게 되네. 열 일곱 참 좋은 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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