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살인 드레스덴 파일즈 1
짐 버처 지음, 박영원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여러 작품들 속에서 여러 색다른 탐정들을 보았다. 인간 탐정이야 추리소설에서는 기본이고 뱀파이어 탐정, 로봇 탐정, 고양이 탐정 등 다양한 탐정들의 모습과 행동에 좋아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했었다. 이렇게 탐정을 좋아하는 내가 마법사 탐정이라는데 눈길이 안 갈리가 없는 일이었다. 사실 망설임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해리 포터식의 재미는 있지만 약간 유치한 판타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이란 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 후회도 읽고 난 뒤에 하는 것이 낫다는 평소의 소신대로 읽었고 안 읽었다면 후회할 뻔 했다. 역시 책은 읽고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 제일이다. 

해리 블랙스톤 카퍼필드 드레스텐, 줄여서 해리 드레스텐이라는 진짜 마법사가 있다. 그는 생계형 마법사다. 그렇다고 그의 아버지처럼 마술사로 사는 건 아니다. 그는 탐정이다. 보통 탐정이 아닌 특이한 일이 벌어지거나 물건이 없어졌을때 찾아주는 그런 탐정이다. 또한 경찰이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인간이 벌인 사건이 아닌 경우에 말이다. 그러니까 해리가 살고 있는 곳은 인간과 마법이 공존하는 세계다. 마법사 탐정도 있고, 뱀파이어 포주도 있고, 요정도 있고, 해골속에 사는 무언가도 있다. 인간의 세계와 같은 방식으로 세상은 돌아간다. 또한 마법사의 세계 또한 존재해서 해리를 감시한다. 

경찰에서 특수 사건 담당인 머피가 해리에게 연락을 했을때 해리는 간만에 임대료를 해결해줄 사건의 전화를 받은 뒤였다. 먼저 경찰이 와달라는 곳에 가보니 벌어진 사건이 너무도 엄청나다. 마법사도 굉장한 마법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살인 사건인 것이다. 불길함이 엄습하는 가운데 살해된 인간이 갱단 조직원인 까닭에 갱단 두목이 해리에게 손을 떼라고 협박을 하고 헐레벌떡 사무실에 돌아와 의뢰인을 맞으니 그 의뢰라는 것이 사라진 남편을 찾아달라는 것이다. 남편이 마법에 심취한 것 같다고. 해리는 두 가지 사건을 한꺼번에 처리하기로 한다. 가난한 탐정이라 어쩔 수 없는 처지다. 해리는 조사를 위해 의뢰인 남편이 있을만한 별장부터 수색을 한다. 물론 요정을 유인해서. 그리고 해골 속에 사는 밥이라는 기이한 존재와 함께 마법의 약도 만들고 뱀파이어 포주도 찾아가 험한 꼴도 당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를 감시하는 마법사 평의회가 보낸 조사원의 존재가 그를 괴롭힌다. 그는 해리를 살인범으로 보고 있다. 
 
재미있는 작품이다. 하드보일드 마법사 탐정이 마법으로 하드보일드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점이 좋다. 마법이 사용되는 점은 환타지답지만 구성 자체는 하드보일드 미스터리다. 해리 포터 시리즈가 너무 아동용같이 느껴진 독자들에게 이 작품은 그야말로 성인을 위한 환타지 마법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드레스텐 파일즈라고 시리즈가 9권까지 나왔다고 하는데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 이 고독한 탐정에게 정감이 간다. 그의 고독함은 탐정의 전유물이다. 마법사의 세계에서도, 인간의 세계에서도 고독한 존재인 동거하는 고양이 미스터조차도 무시하는 해리가 안쓰럽다. 기를 쓰고 사건을 해결해도 인정도 못받고 여전히 가난하고 정의감은 넘치고 아직까지 착하게 살려고 애를 쓰고 세상을 좋게 바라보려는 해리는 어쩌면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려고 하고 악하게 살려고 해도 그게 안되는 소시민의 모습 그 자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마디로 마법사 탐정 해리,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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