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제인 마플이 죽었다
수잔 캔들 지음, 이문희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크리스티타운이라는 부동산 개발업자가 분양을 위해 만들어낸 애거서 크리스티 테마 마을이 있다. 그 크리스티타운 오픈 기념 공연으로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마을 사람들이 공연하기로 한다. 연출은 기획을 제의받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전기 작가 쎄쎄. 쎄쎄는 바쁘다. 연극 공연 챙겨야 하고 두번째 결혼 준비도 해야 하고 출산을 앞둔 딸의 베이비 샤워도 준비해야 한다. 또 애거서 크리스티가 실종되었던 기간에 대한 글을 다시 쓰라고 에디터에게 압력을 받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연극의 주인공인 제인 마플 역을 맡은 리즈가 사망한 채 발견된다. 이어 또 다른 살인 사건이 일어나 쎄쎄의 아마추어 탐정 본능을 자극한다. 

작품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을 따라 가며 자신의 주변 상황을 보여주는 쎄쎄와 시간을 뛰어 넘어 애거서 크리스티가 사라지던 순간부터를 함께 보여주고 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실종 사건은 지금까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그때 기억상실증이었다고 전해진다. 남편 아치의 불륜이 문제였는지, 그래서 애거서 크리스티가 기억상실증을 가장한 채 아치에게 복수할 생각을 한 건지는 아무도 모른다. 본인이 말을 하지 않았으니 알 길이 없다. 단지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작가는 쎄쎄의 추리를 통해 크리스티타운의 사건에 대해서보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실종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실종 사건이 보는 각도에 따라, 해석에 따라 모든 인간에게 적용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이 인간의 속마음이니까 그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 또한 개인적인 생각이다. 

쎄쎄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실종 사건을 생각하면서 그 사건과 자신의 첫번째 결혼의 상처를 동일시하고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대부분의 사건을 애거서 크리스티의 실종 당시 애거서의 마음과 동일시하려고 한다. 단순하지 않은 인간의 복잡미묘한 상태를 기억상실이라는 애거서의 주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서 재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그런 때가 있기는 하다. 자신의 기억에서 없애고 싶은 것을 차단하는 때가. 하지만 그것이 진실은 아니다. 사실도 아니고. 단지 사람이 살면서 사라진 기억과 마주해야 할 때 그 때가 더 중요하다고 쎄쎄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애거서 크리스티의 기억상실을 보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진짜 개개인의 인간이 진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어찌 알겠는가. 자기 자신도 몰라 헤매고 있는데 말이다. 

또한 작가는 그런 기억상실증을 추리소설과도 연결시키고 있다. 작가는 탐정과 독자에게 모든 단서를 책 속에 제공한다. 하지만 탐정과 독자는 그것을 보고도 나중의 재미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잊어버리는 것이라고.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독자는 작가가 심어 놓은 단서를 포착하지 못할 수도 있다. 단서를 찾고 범인을 추측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론 그 단서를 오해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니 독자가 작품을 보고 단서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 또한 작가만의 재미있는 추론일 뿐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탐정이야 작가의 의도대로 나중을 위한 기억상실이니 그것은 의도된 작가의 제스처다. 작품속에서 살인 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소설을 기억상실증이라는 하나의 소재로 이야기하는데 그 자체는 재미있는 연결이었다. 내용에 상관없이. 

작품을 코지 미스터리로 분류해야겠다고 생각은 드는데 너무 어중간해서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차라리 진지하게 애거서 크리스티에 대한 미스터리를 다뤘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여러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도 아니고 크리스티타운속 등장 인물들이 개성이 강한 것도 아니고 미스터리와 쎄쎄의 추리가 좋은 것도 아니라 안타까웠다. 소재는 좋았는데. 애거서 크리스티의 실종에 대한 해석이 썩 괜찮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쎄쎄의 현실이 너무 엉성하게 등장해서 안타깝기만 한 작품이었다. 아마도 작가의 생각만큼 표현력이 뛰어나지 않은 탓이리라. 애거서 크리스티가 왜 애거서 크리스티인지 이 작품을 보면 더 확실하게 느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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