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다시 한번 기꺼이 이 진실 없는 세상에 설 것이다.' 마이클 할러의 마지막 말이자 이 작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한 구절이다. 마이클 할러, L.A.라는 어두운 거리의 낙오자들을 변호해서 먹고 사는 변호사다. 구더기와 변호사의 차이를 하나는 똥벌레고 다른 하나는 돈벌레라고 농담을 하는, 낙오자들 중에서도 돈 있는 의뢰인만을 위해 일하는, 링컨 차만 여섯대를 가지고 있고, 돈 안주면 변호 안하겠다고 의뢰인을 협박하는 인물이다. 물론 그 의뢰인들이 대부분 유죄이고 당장 감옥에 가도 상관없는 인물들임에는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그는 청념하고 그런 범인들을 잡아 넣는 것을 낙으로 사는 검사인 전처와 이혼을 한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도 가슴 속에 한가지 품은 두려움이 있었다. 무고한 의뢰인을 알아보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것이다. 늘 유죄냐 무죄냐는 따지지 않고 변호한 그였기에 무고한 의뢰인을 자신이 신뢰하지 못하리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의 아버지가 '순진한 사람만큼 무서운 의뢰인은 없다.'고 했고 또한 무고한 의뢰인만큼 변호하기 어려운 상대도 없다지만 한번만이라도 그런 의뢰인을 변호하고 싶다는 마음은 그가 그래도 아직은 법의 시스템에 다 녹아버리지 않았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 그의 눈 앞에 무고해 보이는 의뢰인이 굴러 들어온다. 게다가 그는 부자이기도 하다. 할러는 이제 잭팟이 터졌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지옥행 열차에 승선한 것이었다. 

창녀를 죽이려다 잡힌 남자 루이스는 아무리 봐도 창녀를 죽일 이유가 없다. 거기다 이상하게 창녀는 한쪽 얼굴만 다쳤다. 왼손잡이에게 맞은 듯이. 하지만 루이스는 오른손잡이다. 할러는 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같이 일하는 수사관 레빈에게 조사를 맞긴다. 그런데 루이스를 접촉하면 할 수록 좀 이상하다. 그 집안 변호사도 그렇고 그의 어머니도 그렇고... 

처음에는 할러의 일상적 업무와 그의 낙오자 의뢰인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서서히 루이스의 사건으로 몰입하게 하고 법정에서 검사와 변호사간의 날카로운 신경전과 물밑 두뇌 싸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아마도 존 그리샴이 그리웠던 독자라면 만족할 법정 장면일 것이다. 거기에 마이클 코넬리 특유의 염세적 세상보기가 들어 있다. 이는 그의 코요테 형사 해리 보슈의 전매특헌데 여기에서는 덜 염세적이고 약간 세상과 타협하는 것처럼 보여주고 있다.  

'돈 없으면 죄 짓지마라.'가 할러의 모토다. 그리고 이 말은 법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굴러가는 사회라면 어디에서도 통용되는 말이다. 우리라고 다르지 않음을 안다. 돈이 있으면 살인자도 무죄가 되고 돈이 없으면 단순 절도자도 감방에서 몇년을 살아야 한다. 그러니 할러에게 더 이상을 바란다는 건 할러가 이상적인 무고한 의뢰인을 찾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할러가 투팍의 음악을 들으며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냐 하는 심정과 그래도 거리의 낙오자 중에 얼처럼 돈대신 운전으로 수임료를 받기도 하고 매번 창녀 글로리아를 위해 무료 변호를 하는 건 그가 돈만 아는 자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래도 그들을 이해하고자 애를 쓰는 그곳에서 함께 사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오랫만에 마이클 코넬리의 냉소적이면서도 어찌할 수 없는 세상의 끈을 놓지 못하고 주어진 여건 속에서 살아가는 또 한 명의 인물을 만났다. 마이클 할러! 해리 보슈였다면 더 좋았겠지만 마이클 코넬리의 또 다른 면, 약간 밝은 면이라고 할까, 좀 덜 진지한 면을 보는 것도 좋았다. 작가가 독자에게 모든 패를 보여주는 경우는 없는데 마이클 코넬리는 자신의 패를 미리 보여줌으로써 더욱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방법으로 독자를 자신의 책 속에 몰입하게 만들고 있다. 마지막까지 조마조마하게 가슴 졸이며 읽었다. 제대로 된 또 한 편의 법정 스릴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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