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라쿠 살인사건
다카하시 가츠히코 지음, 안소현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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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키요에라는 일본 그림을 알게 된 것은 고흐나 동시대 자포니앵 화가들의 영향이 크다. 고흐의 그림 속에는 샤라쿠의 작품이 방 안을 장식하고 있다. 또한 작품 속에서도 나오지만 샤라쿠를 먼저 인정하고 세계 3대 초상화가로까지 추앙한 이도 서양 사람이다. 일본조차도 뒤늦게 관심을 가졌지만 내가 다시 샤라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리나라 학자가 내놓은 샤라쿠의 김홍도설때문이다. 김홍도건 신윤복이건 타당하다는 생각은 안들지만 어쨌든 그만큼 세계가 주목하는 화가임에는 분명하다. 

우키요에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샤라쿠에 대한 집념을 버리기는 어렵다. 그가 누구인지, 이 비밀 속에 감춰진 인물을 알아내는 것은 떨쳐버릴 수 없는 과제일 것이다. 어느 날 우키요에의 두 파벌 중 한 파의 수장격인 우키요에를 연구하던 학자 사가가 자살을 한다. 그리고 그의 최대 라이벌이자 번번히 그를 좌절시켰던 거물 니시지마 교수의 문하생이자 조교인 츠다는 한 권의 책을 발견하게 되는데 거기서 샤라쿠의 정체를 추적할 단서를 만나게 된다.  

츠다는 니시지마 교수에게 파문당했지만 좋아하는 선배 고쿠후와 상의하며 그의 여동생과 함께 샤라쿠의 또 다른 모습을 찾아 조사 여행을 다니는데 그 과정에서 그동안 알려진 샤라쿠 별인설은 또 다른 흥미로 다가오고 마침내 모든 조사를 끝내고 니시지마 교수에게 알렸을때 벌어진 비상식적인 일들은 샤라쿠 이면에 늘 내재되어 있는 인간들의 추한 모습이라 어디나 권력을 쥔 자의 모습은 똑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제자의 논문, 업적을 가로채려 하다니... 그런데 뜻밖에 사고가 일어나고 한 명의 우키요에 권위자의 죽음이라면 몰라도 두 명이 연이어 죽는다는 것에 이상함을 느낀 경찰이 사건에 개입을 하며 이야기는 점점 츠다의 손밖으로 빠져나간다. 

샤라쿠는 샤라쿠일뿐인데 그가 누구인가가 그렇게 중요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샤라쿠 별인설이 자꾸 등장하는 것은 학자들의 연구에 대한 집념도 있겠고 호기심과 궁금증도 있겠지만 세익스피어가 누구이든 세익스피어의 작품은 작품 그대로 변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샤라쿠가 누구이든 그가 그린 그림 또한 변하지 않을 것이다. 자꾸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순수함도 있겠지만 순수함에 편승한 어떤 비양심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짜가 판을 치는 세상이고 돈이 최고인 세상이니 말이다. 

샤라쿠를 등장시켜 짜임새있는 미스터리를 선보이고 있다. 아트 미스터리란 어느 나라나 비슷비슷하기 마련인데 샤라쿠가 가진 특성과 우키요에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표현, 그리고 각기 다른 시대에 대한 우키요에와 샤라쿠를 판단하는 관점 등 우리 눈에는 낯설지만 조사를 아주 잘한 느낌을 준다. 그 조사가 미스터리를 미스터리가 아닌 샤라쿠와 우키요에에 대한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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