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통제예방 센터(CDC)의 전직 의료형사 네이트 맥코믹 박사가 <격리병동>에서의 일로 환멸을 느껴 CDC를 그만두고 브룩과 함께 샌프란시스코로 와서 이어지는 시리즈다. 전형적인 천방지축 맥코믹이 겁없이 날뛰는 내용이다. 십년만에 싸우고 헤어졌던 친구가 도움을 요청한다. 맥코믹은 자신의 부정을 잘 알기에 친구의 도덕적 성향도 잘 알아서 그 친구의 참혹한 시신을 발견하고 그 친구가 남긴 얼굴에 종양이 가득한 남녀의 사진을 보고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알아내기로 한다. 왜 아시아인들만 이런 일을 당한 걸까? 이들은 왜 두려움에 떠는 걸까? 사건은 점점 맥코믹을 위험 속으로 몰아가고 발견되는 환자들은 사고나 살해를 당한 뒤다. 아, 맥코믹은 또 큰 일에 휘말리고 말았다. 이번에는 어떻게 빠져나올지가 궁금한데 역시 마지막은 참 어이없게 끝나고 만다. 이 시리즈는 마지막의 마무리가 참 마음에 안든다. 결말을 이렇게밖에 못 내는 것은 맥코믹이 언제나 버거운 상대와 싸우는데 능력은 안되고 이기고 살아남기는 해야하니까 이렇게 되고 마는 것이다. 완벽은 인간이 추구하는 것이지만 때론 그 완벽을 인간 자체가 거부하게 되기도 한다. 부자연스럽다는 이유로 말이다. 책을 보며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 생각나는 것은 그것이 바로 자신이 알고도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이용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여전히 인간은 도리언 그레이를 꿈꾸고 있다. 결말을 알면서도 말이다. 오드리 헵번은 나이가 들어 더욱 아름다웠다. 그 모습 그대로 더 고왔더랬다. 그 아름다움은 그녀의 젊은 시절 <로마의 휴일>속 얼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걸 우린 잘 안다. 알면서도 쉬운 길을 택한다. 그런데 그것이 진짜 쉬운 길일까? 인생에 쉬운 길이란 없다는 것을 그 길 끝에서 깨닫게 되는 아이러니를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본능적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 작품은 한권으로 출판해줬으면 좋겠다. 한 권짜리도 이 책 두권보다 두껍게 나오는 요즘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시리즈라 더 읽을만한 의학 스릴러다. 영화로 만들어지면 더 나을 것 같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