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더블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6-4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4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테스 게리첸의 작품 리졸리 & 마우라 시리즈는 독특한 점이 있다. 첫번째 작품 <외과의사>에서는 리졸리를 주인공이라기 보다는 주인공 후보로 선을 보인다. 그녀의 성격과 가족, 짝사랑까지 보여주며 그녀의 강인함을 각인시킨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견습의사>에서 리졸리의 매력과 능력을 마음껏 발산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녀가 왜 주인공인지를 확실히 한다. 마찬가지로 형사 리졸리의 파트너가 되는 법의관 마우라도 <파견의사>에서는 동일한 표면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파트너 후보로 선을 보인다. 그리고 마침내 이 작품에서 본격적으로 마우라가 왜 리졸리의 파트너가 되는지를 알려준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본격적인 법의관 마우라 아일즈와 형사 제인 리졸리의 쌍두마차가 전속력으로 달릴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탄이 되는 것이라 여겨진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파견의사>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낸 법의관 마우라 아일즈는 파리에서 돌아오자마자 자신의 집 앞에서 자신을 유령처럼 바라보는 이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곳에는 리졸리도 있었는데 문제는 모르는 차 안의 시체가 자신의 도플갱어처럼 똑같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마우라에게 자신의 뿌리를 찾게 만드는데 그 뿌리라는 것이 차마 인정할 수 없는 것으로 다가갈수록 그녀를 두렵게 만든다. 거기다 그녀도 그녀의 쌍둥이 형제처럼 똑같은 협박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도대체 살인자는 어디 있는 것일까?

여기에 또 하나의 사건이 일어난다. 임산부가 납치당하는 사건이다. 평범한 임산부인 매티는 남편과 싸우고 집에 왔다가 납치당해서 상자안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그 안에 먹을 것과 물이 있었다. 납치범이 원하는 것은 돈일까? 남편은 그녀를 돈을 주고 풀려나게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일까? 매티는 살기위해 안간힘을 쓴다. 자신이 아닌 자신의 아기를 위해서.

임신 8개월의 몸으로 사건을 쫓아 다니는 리졸리의 모습을 보고 책 속에도 나오지만 영화 <파고>를 생각했다. 시골 경찰 서장 마지 말이다. 만삭의 몸에도 리졸리는 여전히 남의 도움을 필요로하지 않고 정열적이고 다혈질적인 모습 그대로다. 그것은 한번의 이혼으로 사람과 거리를 두고 젊은 신부를 좋아하는 마우라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녀는 차갑고 냉정하고 빈틈없는 모습으로 남의 도움을 거절한다. 하지만 리졸리가 변해서 결혼하고 임신까지 했듯이 마우라도 쌍둥이를 좋아하고 걱정해줬던 형사의 도움은 거절하지 못한다.

바디 더블이 아닌 우리말로 제목을 정한다면 '짐승'이라고 정하고 싶은 작품이다. 작품 속 살인자뿐이 아니다. 두 명의 여성을 살인하고 교도소에 들어온 여자, 사랑한다는 이유로 여자를 폭행하는 남자, 임신한 아내의 모습이 보기 흉하다고 바람을 피우는 남자, 악이라는 것에 광적으로 열광하며 리졸리가 잊으려고 애쓰는 살인마의 근황을 악의적으로 알려주는 정신과의사, 열 네살의 나이로 같은 반 여학생을 유인해서 땅에 생매장하려고 했던 남자아이까지 모두 인간의 탈을 쓴 짐승만도 못한 존재들이다. 특히 정신과 의사의 말에 순간 주먹을 날리고 싶었다. 세치 혀가 살인보다 때로는 더 무서운 법이거늘 이런 의사는 면허취소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 읽고 나면 진짜 강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손자병법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했지만 범죄자를 상대할때는 적을 알기 힘들고 노출된 나의 약점 또한 알기 어렵다. 하나의 범죄자를 잡아 사건을 해결하더라도 그 범죄가 남긴 흉터가 아물때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고 어쩌면 평생 그 흉터 안에 갇혀 살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기 때문에 강해져야 하는 것이다. 범죄자에게 아무런 이유없이 당하는 것만으로도 억울한데 삶의 나머지까지 저당잡힌다는 것은 더 억울한 일이기 때문이다. 악이 선을 이길 수 없게 하는 일은 강한 선을 만드는 일뿐이다. 뒤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마우라의 강인한 모습처럼, 나날이 이겨내는 리졸리의 강한 모습처럼 말이다.

지금까지 나온 리졸리 & 마우라 시리즈 중 최고의 작품이다. 보여주는 잔혹함은 줄어들고 심리적 면에서 접근하는 방식이, 그리고 그 안에 내포하고 있는 작가의 메시지가 어떤 작품보다 마음에 든다. 차분하게 사건으로 끌고가는 방법도 좋았고 마지막 반전 또한 놀랄만했다. 이런 소재를 다룬 작품들이 꽤 있었지만 그 중 이 작품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러 여제'라는 띠지의 문구가 정말 잘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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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30 11: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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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30 12: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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