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시효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김성기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보통 책을 보려고 할때 추리소설이라도 무조건 읽는 건 아니다. 나도 싫어하는 장르가 있고 싫어하는 작가가 있다.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것이다. 마찬가지로 작가 이름만으로 책을 망설이지 않고 볼때도 있다. 그 중 한 작가가 요코야마 히데오다. 장편은 장편대로 좋고 단편은 단편대로 좋은 그야말로 어떤 작품을 읽어도 내 마음에 드는 작가다.

이 단편집은 F현의 강력계 1반, 2반, 3반이 벌이는 활약을 담은 경찰 소설이다. 단편이라는 한계를 작품을 옴니버스식으로 엮어 상호보완적으로 만들어 일본 경찰의 치열하면서도 인간미있는 그러면서 확실하게 범인을 인정사정없이 잡아들이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첫 단편 <침묵의 알리바이>는 강력계 1반 반장 '파란 귀신'이라고 불리는 웃지 않는 구치키가 이끄는 사건으로 시작한다. 범인의 자백을 받았는데 법정에서 범인이 자백의 무효를 주장하며 자신에게는 알리바이가 있다고 말한다. 놀란 구치키, 범인을 심문한 시마즈는 사표를 내려 하지만 그것으로 물러설 구치키가 아니었다. 이 작품에서는 경찰이지만 실수로 인도에 뛰어든 아이를 공무수행 중 치어 숨지게 한 뒤 죽은 엄마가 평생 웃지 말라고 한 말을 지키기 위해 웃지 않게 된 구치키의 사연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가 왜 강력 1반, 강력계에서도 에이스로 자타가 인정하는 1반의 반장인지를 알려준다. 그는 범인에게 감춰진 얼굴을 벗기기 위해 범인을 잡는 귀신같은 경찰이기 때문이다.

표제작인 두번째 작품인 <제3의 시효>는 2반 반장 구스미가 등장한다. 공안출신으로 냉혈한으로 불리는 그는 인정사정없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이다. 공소시효의 만료는 15년이다. 하지만 그것은 제1의 시효다. 범인이 국외에 체류한 기간이 있으면 그 기간만큼 시간은 길어진다. 그것이 제2의 시효다. 그런데 그 시효도 넘겼는데 구스미는 계속 범인에게 걸려올 전화를 기다린다. 자신이 15년전에 여자를 강간하고 그 남편을 살해하고 도망갔지만 자신의 아이가 자라고 있는 그 여자의 집으로. 어찌된 영문인지 잠복근무하던 형사들도 모르는데 구스미는 변화없이 기다리기만 한다. 제3의 시효라도 있다는 것인지. 만화로도 봤지만 만화로는 볼 수 없는 인물들의 생생함과 긴장감, 마지막 반전까지 정말 멋있는 작품이다. 뒤에 보여주는 모리의 휴머니즘이 구스미의 냉정함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더욱 보는 맛이 있었던 작품이었다.

<죄수의 딜레마>는 강력계의 반장들을 이끄는 수사 1과 과장 다하타의 입장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각각의 1,2,3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말 능력없는 부하를 이끄는 것도 못할 노릇이겠지만 너무 잘난 부하들을, 그것도 세명이나 거느리는 것도 참 애처롭게 느껴지게 만드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또한 경찰과 기자간의 보안과 충돌의 모습도 보여주고 있고 거기에 삭막하고 서로 밟고 올라서려고 하는 모습만으로 알고 있던 부하들에게서 인정과 배려가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다. 가장 요코야마 히데오다운 작품이었다.

<밀실의 탈출구>는 3반의 동물적 감각이 천재적이라는 무라세 반장이 등장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무라세 반장은 사건을 맡은 직후 쓰러져서 반장 대리가 사건을 맡았다. 여기에서는 폭력전담반과 생활안전과도 등장해서 그들과의 알력도 보여주고 강력계 형사들의 자부심이 얼마나 대단한지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뛰어난 것은 퇴원 후 말만 듣고 사건을 해결하는 무라세 반장의 대단한 능력이다.

나머지 두 작품 <페르소나의 미소>와 <흑백의 반전>도 좋았다. 경찰의 모습, 미스터리적 요소, 작가의 휴머니즘을 두루 갖춘 단편집이다. 역시 만화보다는 원작으로 보는게 훨씬 좋았다. 요코야마 히데오의 작품을 보고 책을 덮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것이 내가 이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책을 선택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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