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케의 눈] 서평단 알림
디케의 눈
금태섭 지음 / 궁리 / 2008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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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던 대로 책이 진행되지 않아서 조금 실망했다.
처음 이 책을 읽을 생각을 했을 때는
저자가 우리나라의 판례를 들어 법을 쉽게 독자들에게 설명하겠거니 하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처음 시작은 괜찮았다.
저자의 친구들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법에서 무조건적인 정의만을 주장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가르쳐준 점은
툭하면 '법대로 해!'라고 말하기 좋아하는 성질 급한 사람들에게
법대로 한다고 해서 내가 원하는 결과를,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어낼 수 없음을 알려줬다.
여기에 자신의 경험한 교통사고 이야기로 검사의 고뇌도 보여줘
법을 다루는 사람들도 역시 사람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그런데 1장도 다 넘어가기 전에 우리나라 이야기나 판례는 사라지고 미국으로 법이 넘어가고 있다.
물론 다양한 법의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속에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미국의 판례가 더 만족을 주리라는 것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런 갑작스런 전개는 당황스러웠다.
법의 여러가지 판례 중에 이런 판례가 있고
그것이 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라면
미란다 원칙이 한 파렴치한 범죄자에게서 탄생한 원칙이라는 것은 놀랄만한 이야기였고
대법원의 구조는 법조인의 고뇌와 열망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맨 처음 저자가 '법은 현실이다' 라고 썼던 그 현실은 어디로 간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우리나라 법도 많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은 안다.
아니 바뀌기를 바라는 법도 많다.
그런 법들과 미국의 법을 비교했더라면 차라리 좋았을 것이다.
이런 법 이야기의 나열이 아닌...

책을 읽는 도중
우리나라에서 지문과 알리바이 사이에서 알리바이 손을 들어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절도용의자의 지문이 나왔는데 알리바이 또한 완벽하기에 지문이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이런 것이었다.
우리 실생활에 좀 더 유용한 법, 우리식으로 제대로 집행된 법과 정의를 말이다.
만약 미국에서 DNA에 의해 무죄판결을 받고 나온 사람이
사실은 진범이었는데 DNA도 그의 것이 확실하지만 알리바이 또한 완벽하다면
어떤 판결이 내려졌을지를 생각하게 된다.
미국과 우리나라를 비교하는 정도였더라도 좋았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표현의 자유는 커녕 문학 작품조차
법정에서 위법논란에 휩싸이는 상황이었던 것이 얼마전의 이야기인데
미국의 사이버 아동 포르노 문제는 그 심각성이야 알지만
책에서 다룰만큼 적절한 것이었냐는 의문이 따른다.
그런 것은 소설만으로도 심각성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진짜 보면 아는 문제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도 심각성을 알아야하겠지만
발등의 불도 끄지 못한 상황에서 너무 앞서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게 짧게 흥미진진한 법에 대해 이야기한 점은 읽을거리로서 만족할 수 있었다.
법이 얼마나 많은 범위에서 적용되는지
창조론과 진화론까지 알려주고 참 친절한 저자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난 그것을 통해 법률의 진화, 그 사이에서 고뇌하는 법조인들의 대단한 논쟁보다는
역시 법은 멀리 있다는 생각이 더 들었다.
크게 보면 생활과 관련있는 것들이고
지나고 나서 정착이 되어 모르는 것이고,
피부에 와닿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고,
아니면 내가 저자의 말대로 결국 법이라는 거대한 코끼리 다리만 만지고 말았다는 느낌만 든다.
법이라는 거대한 것의 범위를 오밀조밀하게 할 것이냐,
아니면 스케일이 큰 것만을 다룰 것이냐라도 정하고 책을 썼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이래저래 아쉬움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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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i 2008-05-29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법제도 자체도 우리나라는 미국과 많이 다른데, 아쉽네요.

물만두 2008-05-29 15:28   좋아요 0 | URL
그냥 재미난 세계 법 이야기라면 볼만한데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의 의도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