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치가 살인사건의 재구성
라우로 마르티네스 지음, 김기협 옮김 / 푸른역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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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피렌체의 15~16세기 메디치가를 빼놓고 르네상스 시대를 이야기하기란 불가능하다. 예술, 종교, 정치, 경제, 외교 전반에 걸쳐 그 시대에 폭 넓은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어서 그 시대의 어떤 작품을 접하게 되든 한번은 듣게 되는 가문 이름이다. 특히 나는 미술에 대한 메디치가의 열정만을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며 새로운 것, 메디치 가문의 형성과 영향력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펼쳐졌는지를 알게 되었다.

인간이란 탐욕스런 존재다. 늘 높은 곳을 오르기 위해 애를 쓰는 종이다. 그런 점에서 메디치 가문이 은행업으로 재력을 모은 뒤 자연스럽게 권력을 탐하게 된 점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그 시대, 아니 그 이전 피렌체가 공화국이었고 왕과 영주가 없는 공화제의 틀 안에서 귀족들과 시민들이 나라를 운영하는 정치체제를 가지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독재를 꿈꾸는 이가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대표 적 인물이 메디치가, 특히 로렌초 메디치에 이르러 절정에 이르게 되지만.

돈이 있으니 이제 정략 결혼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다지고 귀족들과 다른 나라, 심지어 교황까지 야심에 이용하고자 한다. 하지만 야심은 다른 쪽에도 있는 법이라 하나의 귀족이 모든 정치를 움켜쥐면 반대파는 숙청에 의해 몰살되는 것이 그 시대 정치사정이었던 바 반기를 드는 귀족이 없을리 없다. 이것이 바로 이 작품의 테마가 된 4월의 음모 즉, <파치 음모>다. 파치가도 나름 한 귀족이고 한 재산 있고 한 정치적 동지가 있었고 더군다나 그에게는 교황이 버티고 있었다. 그럼에도 실패로 끝나 일당 독재 체제가 이어지게 되는 빌미를 제공한다.

이 책은 그 시대 정치에 관련된 모든 것을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그 시대 생활상도 알려준다. 결혼할 때 외모를 많이 따진 점이라거나 교황에게 사생아가 있었다는 점, 교황의 가족 챙기기, 교회의 부패를 사람들이 싫어했지만 종교적 힘은 두려워했다는 것, 그리고 지참금이라든지, 교역품이라든지, 은행의 이자까지도 알려주고 있다. 여기에 식인 풍습의 잔인함까지 있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심지어 세금의 순위까지도 마치 포브스의 세계 최고의 갑부는 누구? 하는 식으로 보여주고 있어 재미있게 정치말고도 읽을 거리가 참 많다.

또한 언급된 인물마다 그림을 보여줘서 화가를 후원했던 것이 하나의 자기 과신,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음을 알려준다. 그 시대 종교화속에 자신들의 모습을 그려 넣은 것을 화가의 의지라 말할 수는 없을테고 교황의 비종교적 모습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가의 재치가 느껴지는 것이 그래도 르네상스 시대가 꽃피울 수 있었음을 대비해서 알려주고 있는 인간의 진정한 의지다. 이런 모습을 비교해서 보는 것도 메디치가와 그 시대를 아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된다.

책을 보며 놀라웠던 것은 500년전의 남의 나라 정치가 어떻게 오늘날 정치상황과 닮을 수 있느냐는 점이었다. 부정부패나 독재뿐 아니라 정경유착까지, 거기에 그들만의 결혼까지 닮아도 너무 닮아 소름이 돋았다. 작가는 로렌초 메디치의 정치를 '보스 정치'라고 말하고 있다. 정곡을 찌르는 표현이다. 보스정치는 자신을 지지한 가신들까지도 챙겨야 하고 함께 살고 함께 죽는 정치를 말하는데 이것이 현재의 정당 정치와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한마디로 줄 잘서기라는 말이니까. 역사가 미래를 예견하고 있는데 우매한 인간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왜 이 책을 읽는데 내 가슴이 답답한 것인지...

하나의 댐이 터지면 복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 책에서는 메디치가의 일개 시민이 일인 보스정치 이후 피렌체에서는 공화정치가 사라졌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작가는 메디치에 대해 냉혹하게 이야기하고 살인을 저지른 파치가에 우호적이다. 단 한 사람으로, 한 가문으로, 하나의 욕심이 모아져 세상은 바뀐다. 그리고 그 뒤에 아주 많은 사람이 빵 한덩이를 가지고 싸우게 된다. 우리가 지금 명심해야 할 일은 하나의 선택이 엄청난 역사적 쓰나미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지금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일 지도 모른다. 앞 일은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니까. 하지만 때론 보이는 앞 일도 있는 법이다. 메디치가를 막으려 했던 파치가의 반대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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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8-05-21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추리소설인가요? 책눌러보지도 않고 무저건 묻다니..ㅋㅋ
푸른역사책이면 역사쪽일텐데..
어쨋든 제가 좋아라 하는 인물이니 일단 보관함으로...
하나도 고맙지 않아요.=3=3=3

물만두 2008-05-21 13:00   좋아요 0 | URL
역사서적입니다. 소설은 아니구요.
살인사건에 코가 꿰인거죠^^

paviana 2008-05-21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 책값이..책값이....
체자레 보르지아 책도 넘 비싸서 맘아픈데,이책도 넘해요....

물만두 2008-05-21 13:01   좋아요 0 | URL
네, 책값이 넘 비싸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