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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정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임경화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아주 단순한 플롯을 사용하고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보여주고 있다. 회랑정이라고 불리는 여관에서 불이 나 반년 전 연인을 잃었다. 사람들은 모두 동반 자살 사건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안다. 그것이 살인 사건이었음을. 그래서 나는 나를 자살로 위장하고 노부인으로 변장해서 회랑정의 주인의 유언장이 공개되기 전 날 그곳에 간다. 복수를 위해서. 그리고 미끼를 던져 범인을 유인한다. 자살한 기리유의 유서라는 미끼를.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여관의 구조와 또 다시 벌어지는 살인 사건, 유족 가운데 범인이 있는 것은 분명한데 누굴까? 히가시노 게이고가 마치 패트리셔 매거의 <탐정을 찾아라>를 <범인을 찾아라>로 만든 것처럼 느껴지는 작품이다. 그러면서 그가 작품마다 보여주고 있는 여자는 무조건 예뻐야 한다는 공식과 신분 상승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못생겼다는 것을 인식하고 똑똑해지기로 결심해서 사장 비서까지 오른 기리유는 사장이 죽기 전에 아들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아들을 찾는데 공교롭게도 그와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런데 그걸 안 누군가가 그와 그녀를 죽이려고 한 것이다. 돈 때문이었으리라는 것은 틀림없다. 아니면 아무도 모르는 사장의 아들과 비서를 죽일 이유는 없었을테니까.
유산 문제와 동반자살 사건으로 설왕설래하는 가족들의 적나라한 모습은 어떤 작품이나 마찬가지다. 하필이면 사장이 아내도 없고 자식도 없으니 형제와 이복형제, 조카의 유산 분배가 다르다는 것도 문제가 된다. 여기서 누군가 죽어준다면 그만큼 내 몫은 커진다는 생각, 돈에 대한 욕심, 그리고 알리고 싶지 않은 자신들의 문제까지도 다 나와서 한정된 공간을 긴장 속으로 몰아 넣는다.
마지막의 반전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생각은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 일부러 그렇게 써서 긴장감도 조성하며 결말까지 이끈 거겠지만. 젊은 삼십대 여성이 할머니로 변장하면 그 한정된 공간에서 마주 볼 기회가 많고 여자들도 많은데 과연 모를 수 있을까? 여기에서부터 걸린다. 뭐, 홈즈도 할머니 분장을 했으니까 라고 하면 할 수 없지만 19세기 작품 그리고 홈즈라는 캐릭터와 이 작품에서의 분장을 같이 다루기에는 무리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리는 법이라는 이야기의 작품이 되고 말았다. 트릭도, 추리적 매력도, 줄거리의 참신함도 없는 약간은 실망스런 작품이었다. 하지만 본격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그래도 좋아할 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라고 생각하며 읽으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술술 잘 읽히니까. 마무리도 깔끔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