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이솝우화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1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호시 신이치의 작품을 읽다보면 이런 작품 누구는 못 쓰나? 이런 생각이 들게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토끼와 거북이 경주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 널리 알려진 이야기가 있어 토끼가 잠을 잤다느니 하는 얘기말고 여러버전으로 거북이의 꾀를 표현하고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는 베짱이는 유명한 뮤지션이 되어 돈을 더 많이 벌었다더라는 얘기도 있다. 그러니 새로울 것도 없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내 동생이 피카소 그림을 보면서 늘 저렇게는 나도 그리지 하고 말하는 것과 같은 말이다. 호시 신이치가 썼기 때문에 이야기가 블랙 유머로 하나의 가치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아주 짧은 이야기도 있고 조금 긴 이야기도 있고 아하~ 하고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이야기도 있고 아니 이게 뭐야~ 하게 만드는 이야기도 있다. 그 모든 이야기는 공통점은 비틀어 사회 다시 보기다. 인간의 생각은 모두 거기서 거기다. 그런 생각을 어떻게 적절하게 공감하게 쓰느냐가 작가의 능력이다. 그리고 먼저 쓰는 자에게 우선권은 주어진다. 그런 면에서 호시 신이치는 역시 탁월한 작가다.

어떤 글도 그는 쓸 수 있는 작가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뭐든 줘봐~ 내가 못 쓰는 글이 있나. 뭐 이런 무대포적인 느낌도 든다. 그게 매력이다. 이솝우화를 비튼게 좀 마음에 걸렸는지 뭐라 궁시렁거린다. 사실 오늘날 이솝우화대로 사는 건 아이들도 안하는 일이 되어버렸는걸. 그건 그냥 고전이고 권선징악이 늘 들어있는 전래동화와 같다. 그래도 이솝우화는 영원할 거니까 작가가 걱정할 일이 아니고 작가는 자기 작품 걱정만 하면 된다. 좋아하는 사람은 무지 좋아하게 만들고 싫어하는 사람은 싫어지게 만드는 작가니까 말이다.

그럴 수도 있겠다. 인간도 동물도 물건도 세상 모든 것이 지쳐 기력을 잃어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 지구가 말이다. 그래서 힘들어 하는데 아직까지 그걸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건지도. 그러다 어느 날 모두 과로사하거나 축 늘어져 고갈된 모든 것들을 그저 멍한 눈으로 꺼져가는 눈으로 바라보게 될지도 모른다. 빙하가 녹고 있다는데도 꿈쩍도 안하고 아마존이 파괴되고 신경 안쓰잖아. 우린 지금 자폭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호시 신이치는 그걸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으리란 것 또한 그도 알고 있겠지.

요소 요소 정곡을 콕콕 찔러서 아프고 때론 실소하게 만들고 씁쓸하게 만들고 허무하지만 나는 놈 위에 뛰는 놈 있다는 것이 이솝우화나 신데렐라 이야기의 다른 버전의 새로운 교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스터리와 SF라는 장르를 넘나들며 사회를 읽어내고 그것을 독자에게 호시 신이치 우화로 만들어 읽게 만드는 탁월한 작가다. 아마도 몇 백년이 지나면 호시 신이치 우화를 우리의 후손들이 이솝 우화처럼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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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8-03-25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호시 신이치 좋아해요. 문장이 간결해서 일어공부할 때 많이 읽기도 했구요.
맨 마지막 줄을 읽고 나면 뭔가 띵-하고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

물만두 2008-03-25 14:06   좋아요 0 | URL
그게 매력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