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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칼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소년법이 존재하는 이유는 그들이 어려서 잘 모르고 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고 또 앞날이 창창하니 기회를 주어 제대로 된 삶을 살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그 법이 악용된다면, 물론 그 법이 있어 기회를 얻게 되어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아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그 틈을 이용해서 점점 악마로 진화하는 범죄자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라면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앞날이 창창한 피해자, 어른이 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할 기회를 빼앗긴 피해자는 어디에서 누구에게 그들을 벌하라 말해야 하는 것인가 말이다.
한 소녀가 짐승만도 못한 놈들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되었다. 그 아버지는 한 익명의 제보자에게 아쓰야의 이름과 주소를 알아내서 그 집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는 본다. 자신의 어린 딸이 어떻게 죽어갔는지를 피눈물을 흘리면서 본다. 그때 아쓰야가 집에 들어오자 아버지는 그 놈을 살해한다. 그리고 또 가이지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찾아나선다.
가해자지만 소년이기 때문에 피해자 아버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가이지를 찾아 나서는 한편 이제 피해자 아버지에서 살인자로 지명수배된 나가미네를 잡으려는 경찰들도 내심 갈등을 한다. 그 방에서 가져온 비디오를 본 뒤 경악할 수 밖에 없었고 또 그 이전 사건에서도 소년범들이 뉘우치기는 커녕 자기 신세만을 생각하고 그 부모들 또한 제 자식 걱정만을 했지 피해자 부모에게 사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과 정의를 세운다는 이유만으로 가이지를 보호하려고 찾는 그들의 행동이 경찰들도 못마땅하다.
왜 법의 심판을 받게 하지 않고 복수의 칼을 들지 않으면 안되었을까? 그것은 소년법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소년법은 일본과 마찬가지다. 18세 미만인 청소년은 형을 감해주고 있다. 특히 14세 미만이면 벌하지 않는다. 이것은 이 나이때의 청소년들, 특히 이런 악행을 일삼는 아이들이라면 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어린 아이에게 절도를 시키는 아이들도 있고 법이 자신들이 죄를 지어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준다고 생각하며 법 위에서 외줄타기를 하듯이 범죄를 저지른다. 그리고 법은 법률이 정한대로 할 뿐이다. 변호사를 잘 만나고 부모가 잘사는 아이들이라면 너무 쉽게 빠져나가고 반성의 기미도 없을 뿐더러 세상은 힘에 의해 지배되는 것이라는 인식만을 더욱 심어주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피해자 가족이라면 누구 한 명쯤 이런 행동에 나서는 것도 어찌보면 법이 만들어낸 것일 것이다.
당사자 아니어도 읽기만 해도 가슴 아픈 이야기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번에는 제대로 한 방 날리고 있다. 책의 두께만큼이나 무거운 소재를 끝까지 잘 다루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의 관점이 등장하고 그것을 잘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계속 누구를 위한 소년법이냐고 묻고 있다.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볼 문제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미 일어난 일이고 앞으로도 일어날 일이기 때문이다. 읽는 내내 너무 흥분했다. 하지만 흥분하게 사회가 충분히 이 작품에 공감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