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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종료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7-1 ㅣ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7
빈스 플린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우리는 오로지 추악한 정치인만을 처단한다!'
이 얼마나 가슴 후련한 말인가. 책을 읽는 내내 내 나라나 남의 나라나 정치인들은 어쩌면 그렇게 똑같은 지 오히려 정치란 이런 것인가 싶어서 안심이 되기까지 했다. 다른 나라도 그렇다니 말이다. 이런 걸로 위안을 삼아야 하는 오늘의 우리 현실이 아득하지만.
대통령은 자신의 재선을 위해 어떻게든 예산안을 통과시키려고 하고 밑에 있는 보좌관들은 협박도 서슴지 않고 반대하는 의원들을 찾아다닌다. 이에 염증을 느낀 초선 의원도 있지만 정치란 의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대부분 정치인 생활을 오래 한 이들의 생각이다. 그들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할 뿐 진정 국민과 나라를 위한 일로 반대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서 그것이 민주주의라고 말하고 있다. 이때 암살자들이 등장해서 세 명의 부패한 의원들을 처단하고 옳은 일을 할 것을 주문한다. 하지만 대통령과 그 보좌관들은 그들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그것을 역이용해서 재선의 발판으로 삼으려고 언론 플레이만 한다.
FBI와 CIA에 대통령과 의원들이 전면에 나선 정치 스릴러다. 정치 스릴러를 싫어하지만 이 작품은 읽는 동안 가슴이 조금 후련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은 픽션이다. 사실이 아닌 소설인데도 읽는 내내 작품 속 배경이 미국이 아닌 우리나라였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비단 나뿐은 아닐 것이다.
600쪽이 넘는 작품이다. 마치 백과사전을 읽는 느낌이 들 정도로 두껍다. 그럼에도 술술 잘 읽힌다. 그것이 작가의 능력이다. 작가는 거기에 독자들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를 정확하게 꼬집어 가려운 곳을 긁어주듯이 쓰고 있다. 읽는 동안 맞아 떨어지는 듯한 미국의 대선 정국과 우리나라의 새 대통령의 취임이라는 현실이 책을 읽는 내내 작품에 더 빠져들게 만든다.
미국이 지금 자신들의 위기감을 느끼기는 하는 모양이다. 뉴스에서도 보면 부채만으로도 책의 내용대로 쓰러지기 일보직전 같은데 몇 명을 죽인다고 쉽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지만 이렇게라도 하고 싶어 한 작가에게 무척 공감하게 된다.
정말 현실감있게 쓰고 있다. 이 책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어 무엇보다 좋았다. 눈을 뗄 수 없었던 것은 바로 그 점이다. 작금의 정치에 화가 난 독자들이라면 이 작품을 보면 약간 열을 식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