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계단의 앨리스
가노 도모코 지음, 장세연 옮김 / 손안의책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나이가 들어서라도 자신이 꿈꾸던 일을 잊지 않고 할 수 있다는 것, 아니 꿈을 지니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럽다.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어린 시절 꿈꾸던 꿈에서 멀어져 생활인이 된다. 세상의 몇 사람이나 자신이 꿈꾸던 삶을 살고 있을까. 그리고 만족할 수 있을까. 읽는 내내 탐정 사무소 소장 니키를 보며 생각했다.

나이 오십, 직장에서 정리해고의 일원으로 1년간 유급 상태를 유지하며 창업을 하게 도와준다고 하자 재빨리 어린 시절 꿈꾸던 탐정 사무소를 차렸다. 그는 홈즈와 같은 탐정, 아케치 고고로 같은 탐정을 꿈꾸며 아무도 찾는 이 없는 신장개업한 사무소에서 꾸벅꾸벅 졸며 꿈까지 꾸고 있었다. 그러다 깨어보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여자 아이가 고양이를 안고 들어와서 탐정 조수를 시켜달라고 한다. 거기에 처음 맞은 손님의 사건을 이름도 비슷한 아리사가 해결하고 나니 완전 콤비가 되고 말았다.

모두 7편의 단편이 등장하고 7개의 소소한 일상적인 사건이 등장하는 일상의 미스터리다. 하지만 이 각각의 작품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작은 에피소드를 일상에 적용한 느낌을 갖게 만든다.

예를 들면 <나선계단의 앨리스>편에서는 이런 말이 나온다. 사건에 대한 비유로서 38쪽에

   
  니키는 문득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하트의 여왕이 생각났다. 걸핏하면, "이 자의 목을 쳐라!" 라고 명령하는 하트의 여왕은 아마도 몰랐을 것이다 - 목이 잘린 자는 그걸 끝으로 죽어버린다는 것을.  
   

 

<뒤창의 앨리스>에서는 74쪽에

   
  세상에는 얼마나 여러 가지 부부가 있는 것일까? 진실을 덮어 숨겨 버리는, 사소한 허세와 약간의 거짓말.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세 명의 정원사 같다고 생각했다. 자신들의 잘못을 숨기려고 하얀 장미에 열심히 빨간 페인트를 칠해 대던 트럼프 정원사들.

 
   

 

<안뜰의 앨리스>의 110쪽에서 111쪽에 걸쳐서는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하얀 여왕이 말했죠."

멍하니 먼 곳을 보는 시선으로 아리사가 말했다. "자신은 아침을 먹기도 전에 말도 안 되는 일들을 여섯 개나 믿기도 했다......모든 것은 연습하기 나름이다, 라고."

 
   

 
초보 탐정 니키에게 들어오는 의뢰는 작고 사소한 것들이라서 니키는 매번 이번에는 좀 더 그럴싸한 사건이기를 바라지만 열쇠 찾기, 바람 안 피운다는 증거 조사하기, 실종된 개 찾기, 지하실에서 울리는 전화의 비밀 캐기, 심부름 시키는 아내의 이유 조사, 갓난아기 돌보기, 마지막에 아리스의 비밀 캐기까지 있다. 하지만 이들 각각에는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것들, 즉 감정이 들어 있다. 인간의 냄새가 난다. 그래서 이런 일상의 작은 미스터리들이 각광받는 이유가 아닌가 생각된다.


거기다 이 작품처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상하면서 읽을 수 있다면 어떤 영화에서 에니메이션 속의 인물들이 현실에 나타난다는 것과 같은 재미도 함께 느끼게 될 것이다. 후속편이 있다고 하는데 후속편도 보고 싶다. 세상에 사람은 많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적용시킬 작은 사건들은 얼마든지 있을 테니까. 그리고 삭막한 현실이 앨리스가 빠진 이상한 나라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우리 모두 앨리스가 되는 거니까 생각만으로도 재미있다. 하지만 나는 니키 탐정이 더 귀엽다. 오십이 되어도 니키 준페이처럼 꿈이 남아 있어 그것을 실천에 옮길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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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짱 2008-02-11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하는 만두님, 설 명절 잘 보내셨나요?

저는 과식으로 배가 뽈록해졌습니다.^-^

올 한해 건강하시고 언제나 기운 잃지 않는 지금 그 모습 그대로 알라딘을 지켜달라

부탁드리러 왔습니다.

만두님, 소리없이 님을 좋아하는 많은 분들을 대신해서 새해 인사 전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건강하세요.

물만두 2008-02-12 10:10   좋아요 0 | URL
털짱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야 늘 바람앞의 등불이지만 그 등불 꺼지지 않게 조심하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님도 건강하세요.

Koni 2008-02-12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드디어 나왔군요!

물만두 2008-02-12 15:59   좋아요 0 | URL
나온지 한달은 되었구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