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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타부츠
사와무라 린 지음, 김소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일상의 미스터리가 유행이다. 보통사람들이 겪는 사소한 이야기를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내거나 작은 범죄로 포장을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거창한 범죄나 미스터리는 보통사람에게 떨어져 있어 환상적인 부분이 아무래도 있기 때문이고 ‘내’주변의 일이라거나 ‘나’와 관계된 일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공감대를 형성하기보다는 한편의 서스펜스 스릴러로 읽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일상의 미스터리는 ‘내’주변에서 일어나고 ‘나’와 연결될 수도 있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이야기들이라 작고 평범한 이야기지만 흡입력은 폭이 더 넓다고 생각된다. 그것이 일상의 미스터리가 자꾸 등장하는 이유일 것이다.
사와무라 린이라는 처음 접하는 작가가 제목도 특이한 단편집을 들고 나왔다. 나는 처음에 ‘기타부츠’라고 읽고 아니 기타와 부츠라니 기타 칠 때 신는 부츠가 따로 있나 그런 생각을 했었다. 잠깐이지만. 그런데 이 제목이 일본어로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는 사람. 또는 착실하고 품행이 바른 사람.’을 뜻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말에 딱히 떠오르는 우리말이 없다. 순둥이라고 하기에는 그렇고 착한 사람도 그렇고 참 애매하다. 범생이가 비슷한 것도 같은데 이건 낮춤말이라 정의가 애매하다. 암튼 단편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가타부츠인 것만은 틀림없다. 너무 가타부츠라서 답답한 사람도 있지만.
모두 6편의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결혼을 한 뒤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어떻게 행동할까에 대한 이야기인 <맥이 꾼 꿈>을 시작으로 정말 이런 사람은 혼자 살아야 한다는 생각만 드는 <주머니 속의 캥거루>, 가장 미스터리에 어울리는 작품인 <역에서 기다리는 사람>, 누구나 유사시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텐데 그것을 잘 표현한 <유사시>, 3년 전 교통사고로 기억상실에 걸려 이틀간의 기억을 잃어버린 남자의 의외의 서스펜스를 느낄 수 있는 <메리지 블루, 마린 그레이>, 이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우리에게도 이젠 남의 이야기가 아닌 위급한 순간 아무도 도움의 손길을 주지 않는다는 소재를 담담히 표현하고 있는 <무언의 전화 저편>까지 평범한 사람들의 아니 남에게 헌신적인 배려심이 많아 곤란한 사람들의 일상의 미스터리를 담고 있는 다른 일상의 미스터리와는 좀 차별화하고 주인공들을 이런 사람들로만 무장시켰다는 점을 높이 살만한 단편집이다.
불륜이 대세라고 할 만큼 불륜이 늘어나는 세상에서 사랑이라는 운명으로 만났지만 배우자와 가족에게 상처를 주기보다 사고사를 위장한 자살을 선택하려고 고민하는 이들이 있고, 주변 사람들을 챙겨주느라 정작 자기의 삶은 빈껍데기만 남아도 그것을 뿌리치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역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는 기다리는 것은 희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아들이 위기에 쳐하면 지켜주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는 엄마가 있고, 살면서 삶에 이틀이라는 시간은 기억상실증에 걸리지 않더라도 잊어버릴 수도 있는데 그 시간에 혹시 자신이 무슨 나쁜 짓을 저지른 것은 아닌 가 고민하는 사람이 있고,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 변명하지 않고 그런 친구를 위해 속상해하는 친구가 있는 이야기가 있다.
주변에 한명쯤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나와 비슷한 면이 있기도 하고 내 친구의 비슷한 면을 보는 것 같기도 한 이야기들 속에서 누구나 친구로 사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런 친구 있으면 피곤하겠다는 생각도 들고 심하게 비교 되서 나의 이기심만 튀겠다 싶은 생각도 들지만 세상이 그래도 살만한 것은 어쩌면 그래도 묵묵히 살아가는 이런 사람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들이 멸종하는 세상이 오지 않기를 바래본다. 나는 그렇지 못하면서 말이다. 아, 그리고 작가도 후기에 말하지만 이 중 한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절대 가타부츠가 아니다. 과연 그가 누굴까 생각하면서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읽어보면 다 알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