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쇼몽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단편선, 일한대역문고 2
다락원 편집부 엮음 / 다락원 / 1989년 11월
평점 :
절판


 

모두 여섯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작지만 알찬 문고본이다.

옛날 작가답게 대부분이 권선징악이나 탐욕을 경계하는 교훈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는데 <광차>와 <라쇼몽>만이 인간 본연의 심약함과 광기를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두 작품이 가장 마음에 와 닿는 것 같다. 특히 <라쇼몽>보다는 <광차>가 아무래도 요즘 정서와 잘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사카 코타로를 비롯한 일본 작가들이 그 작품을 인용하는 이유를 알 듯도 하다.

<광차>가 마을에 들어오자 타보고 싶었던 어린 마음에 무작정 인부들을 따라 먼 길을 광차를 밀고 나섰던 꼬마가 너무 멀리 왔음을 인식하고 혼자 무서움을 떨치며 집에 돌아오자마자 안도의 울음을 터트리는데 그것을 어른이 되어 생각해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그 마음이 변한 것이 없음을 깨닫는 주인공의 생각에서 지금의 우리도 광차를 밀고 올라 내리막길을 신나게 내달리다 다시 내려 힘들게 오르막길을 밀며 오르는 일을 반복하며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공감하게 된다. 그나마 오르막길도 있고 내리막길로 있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도...

<코>는 자신의 단점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다고 외모지상주의에 빠진 세상이 달라질까 싶다.

<라쇼몽>은 인간의 본성이란 어떤 것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근데 내가 생각하던 영화 <라쇼몽>과 전혀 달라서 좀 의아했다. 난 그러니까 지금까지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도 인간의 본성의 하나가 아닌지 싶지만...

<거미줄>, <두자춘>, <마술>은 전형적인 권선징악이나 탐욕에 대한 경계를 교훈적으로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에 욕심이 없다는 것, 그 자체가 거짓은 아닐까 싶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작품은 한번 봐야지 마음먹고 있었는데 보니 그저 전형적인 일본 단편이었다. 색다르다면 깔끔하다는 것 정도... 아마도 이런 스타일의 작품을 은연중 보지 않았나 싶다. 일본의 거장에게는 좀 미안한 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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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ckle 2007-07-18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사실 같은 작가의 <藪の中>을 바탕으로 한 것이고 소설 <라쇼몽>에서는 제목과 배경, 몇가지 요소만 따왔다고 합니다.

물만두 2007-07-18 12:37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그럼 그 작품을 읽어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