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슨 웰스의 명화 《시민 케인》을 언뜻 연상시키는 제목의 이 소설은 ‘빈스’라는 사람이 1980년 미국 대선을 일주일 남짓 앞두고 겪는 이야기이다.
주인공 ‘빈스’는 도넛가게 제빵사이다. 그러나 싸구려 술집에서 도박을 하고 마리화나 밀매에, 신용카드를 위조해서 팔아먹으며 돈을 번다. 그는 범죄자였다가 증언을 해주는 대가로 형을 면제받고 FBI의 증인보호 프로그램에 등록이 된 상태다. 과거의 모든 기록이 지워진 채 워싱턴 주 스포캔이라는 소도시에서 평범한 인생을 살게 된 것이다.

때는 1980년 10월. 미 대선을 일주일 남짓 남겨둔 시점이다. 어느 날 빈스에게 선거인 등록증이 배달된다. 선거권을 생애 처음으로 받은 것이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신용카드번호를 어떻게 빼돌리는지 알아내기 위해 킬러가 그에게 접근한다. 빈스가 떠나왔던 곳에서 온 사람이 분명하다.
빈스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고향인 뉴욕으로 돌아간다. 자신의 증언 때문에 감옥에 갔던 사람들을 만나서 빚을 갚고, 킬러를 보냈다고 생각되는 조직 두목을 만나려는 것이다.

이 책에서 두드러지는 부분은 당시 대선 후보였던 지미 카터와 로널드 레이건의 선거운동 진영을 보여준 6장이다. 작가의 상상력으로 쓴 부분이지만 카터와 레이건의 캐릭터를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이다. 카터의 소심함과 종교적 양심, 그의 신앙이 어떻게 선거운동 과정에서 객관성을 잃어버리고 좌초하는지를 보여주며, 레이건의 무모할 정도로 낙천적인 성격, 근거 없는 낙관주의를 그려 보인다.

소설이 결말을 향해 가면서 빈스는 모처럼 얻은 투표권을 어떻게든 행사하려고 목숨을 내걸고 몸부림을 친다. 그의 눈물겨운 모습을 보면 처음에는 무모하고 그 다음엔 웃기다가 마지막엔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비록 그가 비의료성 방사성 폐기물을 워싱턴 주로 반입하는 데 찬성해야 할지, 대통령 후보들이 홀로 있을 때는 어떤 사람인지를 알지 못한 채 투표하지만 이것이 민주주의의 한계이자 희망이 아닐까.

《워싱턴포스트》는 이 소설을 두고 일반 시민에 대한 믿음과 추리소설의 유연한 가능성을 증명한다고 평했다. 작가는 추리소설의 소재로 쓰기 어려워 보이는 선거라는 소재를 가지고 한 편의 이야기를 끌어냈다. 위대하지만 불완전한 민주주의를 향한 갈망, 뛰어난 정치 풍자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또 법의 양면성 아래에서 살아가는 한 남자의 모습을 통해 인간 내부에 잠재해 있는 공포감과 두려움의 근원은 무엇인지,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평범한 삶은 왜 그리도 큰 동경의 대상이 되는지 절실하게 보여준다. 추리소설에서는 보기 드물게 예술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갖춘 수작!

알라딘 상품넣기가 안된다 ㅜ.ㅜ 암튼 블랙캣 시리즈가 나왔다.
2006년 미국 추리작가협회 에드거 앨런 포 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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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30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7-01-30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네, 오후에는 되겠죠^^ 그리고 저 말은 제가 쓴 말이 아닙니다^^;;; 워싱턴포스트에서 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