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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 스토리 4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인간은 아이고 어른이고 자신에게 시련이 닥치고 불행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그것이 있음에도 보지 못한다. 주변에 많이 있음에도 알아보지 못하고 자신만이 그렇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아무것도 어려울 것 없었던 아이라면 그것은 더욱 힘들게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아이이기 때문에 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작품은 미야베 미유키가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소재로 쓴 SF 소설이나 환타지 소설이라고 하기는 좀 뭐한 현실과 가상세계인 게임 비전을 오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미미여사의 추리소설을 아주 좋아하지만 이런 외도는 싫어하는 지라 망설였는데 한 아이의 고통이 나를 붙잡았다.
세상은 사악하다. 어른들은 더 사악하다. 한 아이가 고통 속에 아직까지 몸부림치고 있다. 그것은 어쩌면 그 아이만의 고통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그 고통에 소금을 뿌리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상처에 소금을 문지르는 일을 우리는 좋아한다. 부모를 잃고 여동생을 잃고 불행한 사건과 함께 남게 된 소년은 친척집을 전전하지만 그것보다 더 나쁜 것은 그 아이를 따라다니는 그 사건을 사람들은 모른 척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더 나쁜 아이, 그 아이 자체만으로도 나쁜 아이가 버젓이 있는데 그런 아이는 나쁜 아이로 남을 괴롭히건 말썽을 부리고 사고를 치건 못 본 척 외면하고 아무도 막아줄 방패 없는 아이만을 공격한다. 이것은 미야베 미유키가 언제나 사회를 직시하고 있기에 어느 곳에나 드러나는 병폐다. 우리에게도 이런 점은 있다. 그 문제를 우리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미쓰루의 그런 고통과는 달리 와타루의 고통은 와타루가 아이가 아니고 좀 더 생각이 깊은 아이였다면 주변에 자신이 지금 겪는 고통을 이미 겪은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미쓰루가 한 말도 알아듣지 못한 전형적인 철부지 아이였으니까. 그래서 와타루는 게임 속에서 자신의 비전을 키우고 성장한다. 그러지 않아도 됐는데 말이다. 그의 친구 중에 재혼한 부모와 이복동생과 사는 친구도 있다. 또 부모가 술집을 하지만 늘 밝고 긍정적인 친구도 있다. 자신만이 겪는 일이 아니고 그것은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와타루가 마지막에 깨달은 것은 그것이다. 비전에서의 일을 겪으면서 말이다.
사실 그곳에서 가장 간절히 원하고 바라는 것을 이루어야 할 아이는 미쓰루였다. 하지만 작품은 미쓰루의 바람이 이루어져서는 안 되는 이유를 알려준다. 원망하고 탓하지 말라고. 복수심을 버리고 미움도 버리라고. 너무 어려운 과제를 준다. 자기 안의 그런 마음을 비우고 자신을 보라니 어쩌면 그래서 와타루보다 미쓰루가 더 좋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미쓰루의 모험이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왜 그 아이에게는 비전을 남기지 않은 건지. 아마도 그 아이에게 세상이 너무 버겁기 때문이라 생각한 탓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주인공은 미쓰루였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미련이 남는다. 에고, 비전에서 나는 역시 아무것도 깨닫지 못했구나...
누가 행복과 불행, 기쁨과 슬픔에 대해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인간에게 있는 것이다. 누구도 온전히 행복하고 기쁘고 좋기만 할 수 없다. 또한 누구도 온전히 불행하고 슬프고 나쁠 수만도 없다. 인간의 삶이란 그런 것이다. 만약 자신이 불행하고 슬프고 절박하게 나쁜 일만 생긴다면 그것을 행복으로 기쁨으로 좋은 일로 바꿀 수 있는 이는 자신뿐이다. 타인의 행복은 내 행복이 아니지만 타인의 불행은 내 불행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행복할 수 있는 자는 행복하게 놔두고 불행한 자의 불행을 서로 나눠지고 무찌르는 용사가 되는 것은 어떨까. 누군가 내가 불행하게 될 때 내 불행을 나눠지려 한다면 그것보다 좋은 일은 없을 테니까.
와타루의 현실이 새롭지 않게 떠났던 그대로에서부터 다시 펼쳐지는 것은 그런 이유다. 와타루가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비전은 그 위에서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행복과 불행은 종이 한 장 차이가 아니라 동전처럼 뒤집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 뒤집는 일이 힘들기는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