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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이 많은 음식점 - 미야자와 겐지 동화집 2
미야자와 겐지 지음, 오보 마코토 외 그림, 박경희 옮김 / 작은책방(해든아침)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를 읽을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단 한 편, 내 눈길을 끈 <주문이 많은 음식점>만이 읽고 싶었을 뿐이다. 4편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지만 나는 오로지 <주문이 많은 음식점>에 대해서만 얘기하고 싶다.
읽기 전에 이 작품이 어떤 작품과 비슷할까를 상상했다. 그러면서 스탠리 앨린의 <특별요리>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졌다. 이 작품이 동화라는 사실을 잊은 것이다. 하지만 동화라는 것을 빼고 앞만 보면 섬뜩하기 그지없다.
숲에서 사냥을 하던 두 청년이 배가 고파 헤매다 만난 서양음식점. 그들은 그 휘황찬란함에 압도당해서 고급 레스토랑이라 생각한다. 문을 하나 열 때 마다 손님에게 주문을 하는 문구가 적혀있다. 그들은 고급이라 그렇다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높은 양반이 와 있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그래서 그 주문에 따라 시키는 대로 한다.
동화이기 때문에 마지막은 좋게 끝났다. 경고면 족하다 생각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에게 이러면 안 된다고 부모들이 알려주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었겠지만 어쩌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그렇게 가르치지 않는 것을. 어쩌면 작가는 메시지만 전달하면 그만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동화는 이제 동화일 뿐이고 환상은 환상일 뿐임을 알게 되어버린 그 자란 아이들은 어릴 적 읽던 동화를 잊었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하면 좋겠지만 공존이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역시 결말에 인간은 소금을 뿌렸어야 했다. 그들은 그래도 사냥감을 가지고 떠나지 않았던가. 살생에 대한 대가로 공포와 위협은 이제 그다지 위력이 없다.
그래서 작가의 <주문이 많은 음식점>은 괜찮은 동화로만 남게 되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아쉬울 뿐이다. 인간은 그다지 보호할 가치가 별로 없는 동물인 것을... 그러니 수건을 덫이라 생각하는 사슴이 등장하는 것 아닐까. 마지막을 그렇게 해놓고 다시 사슴에게 그런 식의 고뇌를 준다는 것은 작가의 중심축이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라기보다는 그래도 자연 속 동물보다는 인간에게 쏠려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뒷맛이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