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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고양이 유키뽕 1
아즈마 카즈히로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4년 1월
평점 :
품절
알바고양이 유키뽕 .AZUMA Kazuhiro.북박스
동물에겐 당췌 애정이 솟질 않는 나도 엉겹걸에 골라 들고만 끌리는 캐릭터가 인상적이었다.
앗! 변명 하나 물고 늘어지자면 실사의 동물을 좋아하진 않지만, 2D의 동물에 대해선 거부감이 덜한 편이다. 그래도 마시마로까지 좋아 하는 건 아니고, 토토로, 쿠우, "당근있어요"의 토끼, 강현준의 캣, 이마 이치코가 기르는 후조들, "벡"의 짜집기 개 정도에서 싱긋 웃음을 올리는 정도.
이렇게 서론을 장황하게 풀은 것은 캐릭터 자체가 이 만화의 흥미도를 반은 먹고 있다는 걸 말하기 위함이다.<<여.친.소>>의 전지현 비중에 비할까만은.
자, 본론으로 들어가서 그 유키뽕이 본연의 의무인 애교떨기가 아니라, 알바를 하면서까지 목숨을 부지해야 하는 건 모두 주인 탓이다. 유키뽕의 주인은 허구한날 알바에 짤리고, 무능력한 주제에 술,남자에는 이성을 잃고, 최고의 이상형만 원하는 주제에, 헌팅을 당하면 외모나 됨됨이를 따지는 일 없이 무조건 안기고 보는 스타일에다, 놀고 먹는 것엔 왠지 도가 튼 듯 하고, 자신이 싸서 말라 붙인 똥 까지 유키뽕에 뒤집어 쒸우려는 파렴치한 아가씨다.
술 먹고 들어와서 홧김에 유키뽕을 걷어차며 나가서 돈 벌어와!라고 타박했던 탓에 알바를 시작하게 됐던 유키뽕은 굶어 죽을 위협에 처할 때 마다 내용불문, 일당불문, 한계불문하고 알바를 뛴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유키뽕이 번 돈은 주인 누나의 유흥비로 갈취당하고 마는 것이다.
애완동물인 고양이의 인권(?)이 무자비하게 짓밟히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만약에 실사영화화 된다고 가정 한다면 보호협회에서 충분히 들고 일어날 그런 일들이 번번이 자행된다.
그래도 아자!! 주인 누나의 애정에 굶주려 살신성인의 자세로 알바를 튀는 유키뽕에게 건투를!! 하고 나도 모르게 외치게 되는 이 만화.
새디즘과 메저키즘의 양극단을 이 만화가 확실히 보여준다.
시간이 무한정이고, 뭔가 쌈박하고 웃기는 것이 요원할 때 당신을 즐겁게 해 줄 것이다. 유키뽕, '원츄'.
* 이 만화의 작가가 고양이를 무척 좋아하는 것임에 틀림없어 보이는데, 어떻게 이런 잔인한 발상을 했을까?
일반인이 섣불리 이해하기엔 너무 公事 구분이 잘 된 것이 아마 작가의 정신세계일지도.
고양이를 애지중지 하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해변의 카프카』에서 예의 고양이 살해극을 그렇게 잔인하게 표현했을때도 같은 생각을 했었더랬다.
나는 고양이와 개가 참 두렵다. 그리고 그보다 더 두려운 것은 그들을 애완동물로 키우는 사람들이다.
** 최근 하이쿠의 명인을 소재로 한 만화를 읽었는데, 거기엔 작가의 해석이 달려 있어서 읽기 편하고, 하이쿠의 묘미가 조금은 다가왔다.
그렇지만 유키뽕에 조금씩 실린 독자의 하이쿠들은 일본어를 모르기에 운율을 알 수 없어선지,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좀체로 와닿지가 않는다.